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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권 주사위 던진 반기문…호감도ㆍ인지도 강점 vs 명분ㆍ조직력 약점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반기문 유엔(UN)사무총장이 차기 대권 도전의 뜻을 시사했다. 국내 여론은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 총장의 시계가 예상보다 빨리 내년 12월 20일로 향하게 됐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권가도가 현재의 국민적인 호감도와 인기도만큼 탄탄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선 후보로서의) 검증을 세게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비박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소속 국회부의장은 26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반기문 총장 같은 인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말 다행스러운 일, 대권 반열에 충분한 인물”이라면서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우리 내치 문제에 대해서 (반 총장이) 조금 더 노력을 해봐야 된다, 그런 부분은 아직 숙제”라고 했다. 아직은 능력 검증이 안 됐다는 말에도 동의했다. 



반 총장의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소)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국민적인 호감도와 인지도, 국민적인 자부심, 그리고 충청대망론을 들 수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위상은 그 어느 대권주자도 넘볼 수 없는 강점이라는 얘기다. 한국 정치지형에서 오랜동안 폐해로 지적돼 왔던 영ㆍ호남간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충청권 출신의 인사라는 점도 장점이다. 



여당 내에 뚜렷한 차기 주자가 부재해 자신의 대권 출마 의사가 강력하다면 단번에 여권 중심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은 기회의 요소로 꼽힌다. 정통 외무 관료이자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이고,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하면서 외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는 국제정세에서 반 총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정치의 각종 논란에 비켜서 있어 국민들에겐 신선하고 청렴한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 비영남ㆍ비호남 인사에 노무현 정부 관료까지 지낸 중도적 여권 인사라는 상징성도 기회의 요소다.

반면, 반 총장의 대권가도를 험로로 몰아갈 수 있는 요소도 적지 않다. 계파정치가 엄존하는 국내 정치 상황에서 반 총장의 취약한 조직력이 문제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글로벌 지도자의 이미지가 있으나 강력한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샌더스의 예를 들고 “마라톤을 100m 뛰듯”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지만 다른 잠룡들보다 많은 72세의 나이도 부담이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혹독한 검증을 통과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의 재임 성과를 두고 각종 외신에서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점이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무총장의 퇴임후 즉각적인 자국 내 고위공직 취임을 금지한 유엔 총회 결의안도 문제다.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도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이제까지 반 총장이 국내 정치ㆍ경제에 대해 마땅한 비전과 정치적인 신념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도 과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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