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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청의 황희’냐 ‘나약한 햄릿’이냐…정진석 리더십 기로에 서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새누리당의 쇄신과 계파 청산 작업을 책임진 정진석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갈림길에 섰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부터 지속해 온 친박-비박 사이에서의 ‘시소 타기’가 소신에서 비롯된 중용(中庸)이냐, 나약함의 발로이냐는 것이 핵심이다.
 
만일 정 원내대표가 명재상 황희처럼 뚝심을 가지고 중용의 묘를 발휘한다면 새누리당의 ‘통합’도 더딜지언정 불가능하지는 않을 테다. 그러나 그의 갈지(之)자 행보가 햄릿의 우유부단함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 재정비는 요원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내에는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향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최경환 의원, 김무성 전 대표 등 총선 참패 최대 책임자들과 당 수습방안을 ‘합의’했다는 논란이 발생한 직후부터다. 

정 원내대표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해법을 찾고자 모임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 혁신파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회동에서 무게가 실린 단일지도체제 도입론이 친박계의 요구를 수용한 ‘거래’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 원내대표의 ‘오락가락’이 고비마다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그는 친박계 일색의 원내부대표단을 구성하며 ‘주류와의 밀월’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곧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비상대책위원과 혁신위원장에 비박계를 대거 채워넣는 승부수를 던졌다. 원내부대표단과 비대위 사이의 ‘기계적 균형’을 추구한 셈이다. 

이어 그의 비대위 인선이 친박계의 전국위원회 보이콧으로 거부당하자 급기야는 2선으로 물러난 각 계파의 수장을 불러내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결단을 강하게 관철하기보다는 주변의 비토(Veto)에 쉴 새 없이 휘둘려 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는 “내 어깨에만 짐을 지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해법으로 돌파하느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만 했지 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사람이 있느냐”, “모든 걸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시비 걸고, 좌절시키고, 무산시키고 그러면 안 된다”는 등 원내대표로서는 다소 부적절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가지고 당 쇄신작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때 원내대표가 너무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결국 관건은 정 원내대표의 다음 행보다. 내주 초로 예정된 의원총회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당권ㆍ대권 통합 ▷단일지도체제 도입 ▷비대위ㆍ혁신위 통합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등의 안건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은 뻔하다. 

만약 이날 의총마저도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난다면 새누리당의 표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청을 중시하지만 한 번 결정을 내리고 나서는 뚝심을 발휘하는 황희가 될 것이냐, 늘 비탄에만 젖어 있는 햄릿이 될 것이냐. 선택의 때가 오고 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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