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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과 놀다…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글ㆍ사진=파리(프랑스) 김아미 기자] “퐁피두센터 전시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니!”

파리 퐁피두센터(Le Centre Pompidou)는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 봤을, ‘머스트 비지트(Must-Visit)’ 장소로 꼽힌다.

퐁피두 한국 분관이 세워진다는 소식에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반색했다. 프랑스에서는 국립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 분관은 사립으로 운영될 예정. 그동안 국내에서 해외 명화 전시로 불리는 이른바 ‘블럭버스터’ 전시를 주로 선보여 온 서순주씨가 주도하고 있으며, 유치 여부는 내년 3월쯤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전경. 방문객들이 건물 광장 앞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평일 낮부터 현지인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방문객들이 파리 퐁피두센터 건물 앞 광장에 자리를 잡고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은 이곳이 비단 전시만 보여주는 공간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아시바(비계ㆍ飛階) 파이프가 드러난 거친 외관에 잔디밭 하나 조성되지 않은 광장이지만, 미술관 입구는 폐관을 2~3시간 앞두고도 입장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고, 광장 아스팔트는 삼삼오오 자리를 펴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로 인산인해다.

무엇이 이들을 퐁피두로 이끄나. 봄바람 변덕 심한 파리의 5월 중순. 퐁피두센터를 찾았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1층 모습.

전시 공간 넘어선 문화예술 놀이터=프랑스에는 국립 뮤지엄이 10여곳에 달한다. 그 중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가 3대 국립 뮤지엄으로 꼽힌다.

각 뮤지엄의 캐릭터는 분명하게 나뉜다. 루브르가 고대부터 18세기까지, 오르세가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을 비롯한 서양 미술의 역사를 축적하고 있다면, 퐁피두는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투명 유리튜브로 연결된 엘리베이터.

퐁피두 미술 전시의 주축은 초대전과 기획전을 비롯해 12만여점에 달하는 퐁피두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상설전이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순수미술 분야는 물론 디자인 등 상업미술 분야의 거장들을 아우른다. 오는 6월말부터 ‘2016-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문화 교류 일환으로 한국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6층에서 바라본 퐁피두 센터 외부 모습. 폐관을 2~3시간 앞두고도 방문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현재 퐁피두 파리에서는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 파울 클레(Paul Kleeㆍ1879-1940)의 전시(4월 6일~8월 1일)와, 프랑스 출신의 가구ㆍ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폴랑(Pierre Paulinㆍ1927-2009)의 전시(5월 11일~8월 22일)가 각각 열리고 있다. 

퐁피두 파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투명 유리 튜브로 이어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부터 전시를 훑는 것이 좋다. 맨 꼭대기 층인 6층 전관이 파울 클레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넌 이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니?” 파울 클레의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 모습.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부모들이 작품 앞에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클레는 칸딘스키와 함께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로 불린다. 스위스 베른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과 회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바그너, 모차르트 등 많은 음악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20대에 독일 뮌헨으로 건너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색채과 음악적 운율 넘치는 작품세계를 구축해갔다. 독일 바우하우스 교수, 뒤셀도르프 교수를 역임하며 오늘날 추상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5층부터 상설전이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앙리 마티스, 막스 에른스트부터 마르셀 뒤샹, 야스퍼 존스, 이브 클라인,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서 보고 들은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발에 채일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마르셀 뒤샹의 ‘샘’을 바라보는 관람객.

지나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 있다. 뒤샹의 변기로 불리는 ‘샘(Fontaine)’이다. ‘대작(代作)’ 사건이 연일 온라인 주요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요즘, 현대미술가들의 의식과 작업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뒤샹의 ‘공산품’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가 각별하다.

파리 현대 디자인계의 전설이 된 피에르 폴랑의 ‘명품 의자’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올해 퐁피두 파리 방문의 묘미다. ‘혓바닥’ 모양을 닮은 ‘텅(Tongue) 체어’, 버섯 모양 같은 ‘머시룸(Mushroom) 체어’, 곡선이 우아한 ‘암피스(Amphis)’ 벤치 등 인체에 최적화한 폴랑의 아이코닉한 작품들이 실제 모형들과 함께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전시장 내ㆍ외부 사이 관람객들의 휴식 공간은 알렉산더 칼더, 앙리 로랑스 등의 조각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문화예술의 향기 전파하다=파리 퐁피두센터는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 주도하에 1977년 개관했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퐁피두센터는 현대 건축계에도 많은 영감을 줬다. 건축의 특징은 내부 구조물을 모두 밖으로 노출시킨 점이다. 강철 외골격 구조에 휘어진 투명 유리 튜브가 밖으로 드러나 있다. 

전시장 복도 중간에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 조각이 서 있다.

전시장 이 외에도 도서관, 극장, 리서치센터 등을 갖춘 복합문화예술 시설로 자리매김한 퐁피두센터는 미술 전시 뿐만 아니라 콘서트와 라이브쇼, 영화, 그리고 거리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까지 아우른다. 1년 회원권을 끊으면 퐁피두의 전시를 얼마든지 아무때나 볼 수 있다. 가격은 20~40유로 정도. 무엇보다도 퐁피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도서관이다. 건물 2~3층에 걸쳐 마련된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돼 있다.

퐁피두 파리의 누적 관객수는 1억5000만명 이상이다. 2000년 재개관을 기준으로 하루 1만6000명, 연간 350만~380만명 방문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4배 가까운 수치다. 

프랑스 가구ㆍ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폴랑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모습.

퐁피두센터는 현재 ‘미술의 민주화’라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적 지향에 따라 방대한 분량의 퐁피두 컬렉션을 지방 혹은 해외로 분권화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그 1호가 2010년 프랑스 북동부 메츠(Metz)에 문을 열었다. ▶본지 2016년 5월 21일자 <미술관이 지역경제를 살린다…프랑스 ‘퐁피두 메츠’> 참조

201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가 탄생시킨 퐁피두 메츠는 침체돼 있던 프랑스 중소도시에 활기를 가져왔다. 연 평균 관람객 32만명. 메츠 방문객 2분의 1이 퐁피두 메츠를 보기 위해 떼제베(TGV)를 탄다.

프랑스 가구ㆍ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폴랑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모습.

엠마 라비뉴(Emma Lavigne) 퐁피두 메츠 센터 디렉터에 따르면 한 해 6000~8000만 유로(약 800억~1000억원)의 지역경제 창출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고. 메츠에 퐁피두를 유치하게 된 데에는 전 퐁피두센터 디렉터이자 프랑스 정계 인사인 장 자크 아이아공의 역할이 컸다.

자고나면 미술관이 생기는 이 때. 번듯한 모양새는 갖췄지만 그 내실은 학예연구사 하나 없이 부실한 예가 태반이다. 퐁피두센터 한국 분관은 성사될까. 아니, 한국에도 퐁피두센터 같은 문화예술의 랜드마크가 생길 수 있을까. 글로벌 경기침체 한파에 테러까지 겪으며 흔들리고 있는 프랑스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확고한 철학만큼은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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