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에 대해선 “혐오범죄 아냐”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경찰이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할 예정이다. 그외에 여성 대상 범죄와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취약지역 예방 순찰을 6~8월 중 강화하고 지역치안협의회를 개최해 지자체 등과 범죄 요소 억제를 위해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오전 기자간담회 이같은 내용의 ‘여성 범죄 및 묻지마 범죄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범죄 위험 소지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경찰관이 행정 입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정신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현장 경찰관이 정신질환자를 진단하고 보호 신청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체크리스트를 하반기중 정책 연구 과제로 신청, 연구용역을통해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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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여성 대상 범죄 및 묻지마 범죄 예방 대책을 세웠다.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행정 입원을 추진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포스트잇이 보존을 위해 서울시 여성재단으로 옮겨진 모습.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경찰관은 의료진에게 행정입원을 의뢰하고 의료진은 의학적 판단을 거쳐 지자체장에게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입원을 요청하면 기초정신보건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입원 여부가 결정된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도 관련 규정이 있지만 사문화 됐다는 점이 고려됐다.
경찰은 체크리스트 작성을 위해 심리학 전문가인 프로파일러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정신질환자 범행 사례를 분석, 그 유형과 특징을 체계화 하고 정신의학 관련 학회 등과 협의해 체크리스트를 11월 중에 완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강남역 사건 피의자가 조현병 증세를 치료하는 약 복용을 중단해 범죄로 이어졌다는 판단 하에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의료기관이 판단하고 경찰과 협조할 수있는 시스템을 개발토록 제언할 예정이다.
여성 범죄 예방 대책도 세워진다. 우선 6~8월 간 여성 대상 범죄 취약지역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시행해 관련 여성 관련 주요 범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여기에는 지역 경찰과 형사과 인력이 대거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관련 범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범죄 통계 시스템 상 데이터를 분석해 여성 대상 범죄 빈발 지역이나 관련 요소를 재점검하고 지자체 등과 함께 지역치안협의회를 열어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전국 11개 경찰서에서 시범 운영 중인 범죄예방전담팀(CPO)도 하반기 중 전국으로 확대하는 만큼 범죄 예방과 치안 요소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이 참여해 범죄를 예방하는 ‘참여치안’를 강화하기 위해 이미 발생한 범죄 제보 뿐 아니라 여성과 묻지마 범죄 관련 치안 불안 요소를 사전에 제보할 수 있도록 스마트 국민제보 앱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대책이 이미 추진 중인 기존 대책을 종합한 수준이라는 점과 개별 정신질환자의 예후나 개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으로 정신병원 입원을 신청할 경우 자칫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청장은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여성 혐오 범죄가 되려면 의지를 가지고 범행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나오지 않았고 국민이 느끼는 점과 범죄학 학술적 정의는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망상에 의한 살인이라는 프로파일러의 판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