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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밖 청소년을 아시나요①] ‘비행 청소년’에서 ‘비행’을 빼다…바리스타ㆍ뮤지컬배우 꿈꾸는 아이들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그들은 힘들었고 외로웠다. 어디에도 내 편은 없다고 느꼈다. 결국 그들의 선택은 ‘학교 밖’이었다.

한 해에만 5만~7만여명의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떠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해서, 학교 수업이 안맞아서, 가출과 절도 등 문제를 일으켜서 그렇게 학교를 떠났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들은 ‘비행 청소년’, ‘문제아’, ‘루저(Loser)’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것이 바로 학교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차가운 시선이 된 것이다.

학교밖 청소년으로 바리스타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여운혁 군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꿈드림센터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든 후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학교가 아닌 사회로 일찍 나온 우리들의 아들이자 딸, 동생이나 형ㆍ오빠ㆍ누나 ㆍ언니일 뿐이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잘 생기고 늠름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는 멋진 청소년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학교 부적응으로 어려운 학업을 이어가던 여운혁(19) 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여 군은 가출 등 비뚤어진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비행 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거리로 나섰던 여 군은 막막했다. 그러다가 학교밖 청소년을 위한 꿈드림 센터를 알게 됐다. 여 군은 “소개를 받아 상담을 받기위해 꿈드림 센터를 찾았다”며 “선생님들이 내말을 들어줬고 집처럼 편안한 안식과 휴식을 줬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무성 군이 스튜디오에서 노래 솜씨를 뽐내고 있다.

심리적 안정을 찾기 시작한 여 군은 자립을 위해 못마친 학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검정고시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대안학교인 ‘꿈틀학교’에도 다니며 학생으로서 다양한 경험과 학업도 이어가고 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업을 찾던 여군은 직업훈련 과정인 바리스타 양성과정도 이수하면서 지난해 CJ푸드빌의 바리스타 인턴 경험을 하기도 했다. 여 군은 “자립을 고민 하던 중 미래의 직업을 고민했고 평상시 커피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게 됐다”며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업에 흥미를 잃고 어려운 가정환경을 비관하며 학교밖으로 나왔던 박무성(19) 군도 꿈드림센터와 인연을 맺으면서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다. ‘돈이나 벌어보자’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학교 밖으로 나왔던 박 군은 “집에서 자거나 친구들과 만나 나쁜짓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며 “어머니의 소개로 경기도 이천 꿈드림 센터를 알게 됐고 여기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뮤지컬 배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벌 생각에 아르바이트도 이것 저것 많이 했던 박 군은 “어떤 곳에서는 직원처럼 종일 근무를 하며 월급을 받기도 했는데 300만원정도를 못받기도 했다”고 했다. 신고를 통해 체불된 임금은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 박 군은 “돈을 안준 사장님이 정말 나빴지만 그분도 어려웠고 결국 망해서 더이상 돈을 달라는 말을 못했다”고 말해 10대의 순순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학교밖 청소년인 여운혁(사진 왼쪽)군과 박무성 군이 자신의 꿈을 말하고 있다.

꿈드림센터에서 검정고시를 합격했던 박 군은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학교는 어디까지 졸업했냐고 할 때마다 검정고시라고 말하기 정말 힘들었다”며 “하고 싶은 일도 생겼고 더 노력하기 위해서 대학 진학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 군은 올해 수시를 통해 대학진학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천 꿈드림 센터를 통해 대학 진학에 성공한 학교밖 청소년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지난 2014년 학교를 떠났던 김모(18)군은 꿈드림센터에서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지역 앱제작 프로그램으로 참여하고 수시 입학전형으로 올해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한 대학의 앱 관련 학과에 진학한 김 군은 “이젠 대학 공부를 시작해 딱 꿈이 뭐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지역과 모바일 환경에 맞는 앱을 제작해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만나 학교밖 청소년들은 과거 어떤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고 힘들어했지만 지원센터의 보살핌과 관심 속에서 10대 누구처럼 아름다운 꿈을 키우며 오늘을 보내고 있었다. ‘비행 청소년’에서 ‘비행’을 떼버리고 다른 내일을 살고 있는 것이다.

박무성 군은 “꿈드림센터를 통해 많은 지원과 정보를 제공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적은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숙자 여성가족부 학교밖 청소년지원과장은 “학교밖 청소년 예산 대부분은 지원센터 선생님들의 월급 정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학교밖 청소년들이 더많은 경험과 직업체험, 꿈을 키우기 위해서 대학과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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