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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보다 가까운 원로회’… 인도 여성의 눈물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가부장적 관습이 많이 남아 있는 인도에서는 종종 국가 공식 권력이나 법보다도 마을 원로회의 영향력이 클 때가 있다. 이웃 간 분쟁을 해결하고 마을 질서를 바로 잡는 등의 기능을 하지만, 여성의 정조와 관련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잔인한 결정을 내려 국제사회의 비판이 종종 일어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인도의 마을 원로회의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이른바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카스트(계급) 간의 결혼이나 연애를 막고, 명예 살인(카스트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사람, 주로 여성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고 벌인다는 것이다. 5년 전 인도 대법원이 마을 원로회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 원로회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여권(女權)을 제약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일은 지난 3월 아버지에게 강간 당한 10대 소녀를 밧줄로 공중에 매달아 놓고 채찍질을 가한 일이다. 가족조차 나이를 제대로 모를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구걸 등을 하며 자란 이 소녀는 단지 아버지의 강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리어 처벌을 받았다.

SNS를 통해 소녀가 채찍질 당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이 사건이 알려졌지만, 기존에 공분을 일으켰던 다른 사건들에 비하면 덜 충격적이다. 2014년에는 웨스트벵갈주(州)의 한 마을의 원로회가 이웃 마을의 다른 종교를 가진 남성과 결혼을 하려는 여성에 대해 주민들이 집단성폭행 할 것을 명령해 논란이 일었다. 또 같은해 7월에는 한 유부녀를 성폭행하려 한 남성의 10대 여동생을, 피해 유부녀의 남편이 성폭행하라고 결정하는 일도 있었다.

논란에 대해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의 원로회 연합장인 수베 싱 사마인은, 원로회가 국가의 사법 체계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결혼식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등의 전통문화를 위배하는 일을 막고, 가족 간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경찰에 대한 민원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법원에 가지 말고 해결하자’고 사람들한테 말한다. 만약 민원이 제기됐다면 이를 철회하도록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인도 민주 여성 연합의 자그마티 산그완은 “성폭행 사건에서 원로회의 역할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그들은 피해자의 이익을 억압한다”고 비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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