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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 교도소가 흉악범죄의 온상?…세계 곳곳서 부는 ‘교도소 개혁’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는 살라 압데슬람을 벨기에의 교도소에서 처음 만났다. 무슬림로서 사회적 고립감을 느껴온 아바우드는 압데슬람을 통해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를 배웠고 교도관들의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외부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연락을 하고 지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에 가담하고 지난 2월 발생한 브뤼셀 테러를 주동한 아바우드에 대한 이야기다. 벨기에는 유럽에서 헝가리에 이어 두번째로 인프라 및 치안이 좋지 않은 국가로 선정됐다. 아바우드처럼 일반 범죄자가 극단주의적인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대대적인 교도소 개혁에 나섰다.

세계 각국이 죄수의 재범을 막기 위해 ‘처벌’의 기능보다는 ‘교화’의 기능을 강화하고 나섰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8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통해 “정부는 개인들에게 제 2의 기회를 주기 위해 교도소와 법원을 개혁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소자들이 주말에만 교도소에서복역을 하고 평상시에는 위성추적 태그를 단 채 생업에 나설 수 있도록 교도소를 독립적인 법인으로 인정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당초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을 독방에 가두겠다고 밝힌 벨기에 당국은 재소자들의 인터넷 사용, 유선 전화 이용, 심지어 야한 동영상(AV)까지 자유롭게 이용ㆍ시청할 수 있도록 재소자들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다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의 이용은 금지하고 수감자들에 대한 교육시간을 강화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nicest) 혹은 ‘인도적인’ 교도소라고 불리는 노르웨이의 교도소는 재소자들이 마을 주변을 자유롭게 산책하고 동물을 사육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은 12시간 1인 수감실에 갇혀있는 대신 나머지 시간에 교육이나 종교 등 자유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교도소의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위압적인 교도소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 흉악한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범죄와 정책’에는 최근 ‘위압적인 교도소들의 감소가 치안ㆍ국민 안전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골자의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최근 교도소의 숫자를 줄이고 죄수자들의 자율권ㆍ교육권을 확대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정책이 주내 재소자들의 재범죄률을 감소시켰다고 결론지었다. ‘가장 훌륭한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재범죄률은 20%에 그친다. 반면 수감자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은 재범률이 74%를 웃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자국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재소자들의 자율권을 일정 정도 인정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이 교도소 개혁에 나선 또다른 이유는 재정 지출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세계 죄수자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은 연간 740억 달러(약 83조 6200억 원)을 교도소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베라사법연구소(VIJ)에 따르면 지난 40년 간 미국에서 수감자의 수는 700%의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의 일부 주(州)는 현재 죄수자들에게 수감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영국 교도소개혁재단(PRT)은 2015년 5월 기준 1993년부터 2014년 사이 수감자가 91% 상승했으며, 1인당 3만 6237파운드(약 6326만원)의 관리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은교도소의 수용인원 과밀화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영국의 국제교도소연구센터(ICPS)에 따르면 2003년 중반 875만명이던 전 세계 수감자는 지난 2월 기준 1035만 명(중국, 북한 제외)이 넘어섰다. 중국과 북한의 수감자들을 포함하면 총 1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반대의 입장도 있다. 영국의 보수당을 비롯한 미 공화당은 교도소를 독립 법인으로 인정하되, 수감자들의 자율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교도소 수용인원의 과밀화가 문제지,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고압적인 분위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리스트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요즈음 죄수자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면 테러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지난해 말 네덜란드 당국은 범죄자가 줄었다며 전국 교도소 8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교도소는 총 1만 4000명이 수용 가능하지만 실제 재소자들은 1만 2000명에 남짓했기 때문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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