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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부부의 날 ①] “작은결혼식 유행만 좇다간 첫 출발 망칩니다”
-신랑ㆍ신부 거품결혼식 싫어하는 뜻 바람직하지만
-잘못하다가는 하객만 적고 비용 큰 ‘작은 결혼식’돼
-세밀한 준비와 양가 의견 존중해서 무리없이 해야
-하객 수 연연하는 부모님과의 마찰도 잘 극복해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최근 ‘작은 결혼식’을 준비 중이던 박모(34) 씨는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들어가는 결혼 비용을 계산하니 일반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하객이 많이 참여하지 않는 작은 결혼식을 하면서도, 한번 뿐인 결혼식이다보니 예쁘고 분위기 있는 식장에서 결혼을 하자는 예비신부의 의견을 따르다보니 상대적으로 값이 싼 구청이나 공공기관 등의 작은 결혼식장은 애초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작은 결혼식이라 식장 비용 자체가 저렴했던 대신에 이익을 남겨야 하는 만큼 식비와 부대 비용을 별도로 받아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2.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구모(29ㆍ여) 씨 부부는 당사자들이 고집해 치른 ‘작은 결혼식’ 때문에 결혼 준비 과정에서 양가 부모님들과 갈등을 겪었다. 오랜 세월 공직에 종사하셨던 양가 부모님들께서 일반적인 결혼식을 통해 많은 하객을 초청하려 했던 것. 양가 부모님들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 씨 부부는 본인들의 신념이라며 가까운 친척 20여명과 절친한 친구 30여명만 불러 거주지 가까운 식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물론 참석자로부터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구 씨는 “결혼 준비 과정은 물론 지금까지도 양가 부모님들로부터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행사가 아닌 양가의 결합인데 마음대로 한 것은 서운하다’는 말씀을 자주 듣고 있다”며 “후회하진 않지만 양가 부모님들께서 두고두고 서운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작은 결혼식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고 이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생각보다 ‘큰 결혼식’이 돼 첫 출발을 망치는 일도 있다. 세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사진은 결혼 이미지.

21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해가 지날수록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결혼 비용 문제와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결혼식’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결혼식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가 부족하고,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실제 비용 측면에서 일반 결혼식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등 현실적인 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최근 몇몇 연예인들이 야외에서 조촐하게 지인들만 모아둔 채 실시하는 결혼 등으로 인해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작은 결혼식을 치르게 해준다는 광고에도 불구하고 식장 비용 및 연회 비용 계산하면 일반 결혼식에 버금가거나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

최근 실제 사례 중에는 축의금을 받지 않는 작은 결혼식의 특성상 하루 결혼식 비용으로 1000여만원을 지출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한 웨딩업체로부터 참석자 100명 이하의 작은 결혼식 견적을 뽑아본 결과 스튜디오ㆍ드레스ㆍ메이크업 패키지, 식장 대관료, 꽃장식, 식대를 모두 더한 지출액이 약 9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결혼식 평균 비용(264명 참석 기준) 1053만원에 비하면 100여만원 정도 낮은 비용이다. 다만 일반 결혼식의 경우 총 1766만원의 축의금이 들어와 713만원이 이득인 반면, 축의금을 받지 않는 작은 결혼식은 전체 비용이 순수 지출액으로 계산돼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됐다.

이런 문제는 최근 흔히들 말하는 ‘작은 결혼식’에 대한 이해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 소규모 식장에서 소수의 하객만을 대상으로 치르는 예식을 작은 결혼식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하지만 50~100명의 소규모 하객을 모을 수 있는 웨딩홀들의 대관료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이 일반적이고, 여기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꽃 장식 비용도 따로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결코 작은 결혼식으로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웨딩업체 관계자는 “하객 수가 줄어들며 발생하는 수익 감소에 대해 업체들이 식대나 꽃장식 등을 높게 받아 보전할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작은 결혼식을 실시하는 의미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많은 하객과 축의금 등을 통해 일명 ‘사회적인 지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부모들과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자녀간의 갈등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다. 결혼당사자와 혼주 1200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 경제적 비용의 부담을 느끼면서도 ‘남들만큼, 초라하지 않게’ 결혼하고 싶은 심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강학중 가정경제연구소 소장은 “하객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진정한 작은 결혼식을 표현할 수 없다”며 “부부 본인 뿐만 아니라 결혼식에 참여하는 가족, 친지 들에게도 부부의 첫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부부 본인들도 창의적이면서 진정한 부부의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진정한 의미의 작은 결혼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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