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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 변호사 5000명 시대] 잡일에…야근에…로변도‘열정페이’논란
실무연수기간 10명중 1명은 무급
월 150만원 미만도 50% 웃돌아
일부선 “교육미명속 노동력 착취”



A 씨는 지난해 수도권의 한 법무법인 사무소에서 실무연수 과정을 거쳤다. 주로 재판에 필요한 판례를 정리하거나 법률 근거를 찾는 역할을 맡았다. A 씨는 이같은 업무를 하며 매달 150만원 남짓 받았다. 주당 평균 50시간 가까이 근무했고, 야근이나 추가근무는 당연지사였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의무 실무연수를 두고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적은 월급을 주며 청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이르는 신조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정식 변호사로 활동하기 위해 ‘실무수습과정’을 밟아야 한다. 6개월 간 법무법인이나 정부기관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근무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실시하는 연수를 마쳐야 한다. 이때 일부 기관이나 법률사무소에서 실무연수를 빌미로 예비 변호사들에게 턱없이 낮은 급여를 지급해 문제가 된다.

올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진행한 ‘6개월 법정실무수습기간문제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무연수기간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답한 경우는 전체 응답자 중 11.2%(67명)였다. 조사결과로만 보면, 로스쿨 출신 예비 변호사 10명 중 1명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월 150만원 미만을 받았다고 답한 경우도 전체 54%로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조사결과 이들 예비변호사의 근무강도는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주 4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한 근로자는 전체의 90.7%(584명)에 이르렀다. 5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한 근로자는 약 52.31%(316명)였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최대 근로시간인 40시간을 한참 윗도는 수준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최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실무 연수가 기본적으로 ‘근로’가 아닌 ‘교육 차원’이기 때문에 급여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의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A 씨는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예비변호사들은 일을 맡긴다 해도 원하는 결과물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굳이 맡길 필요가 없는 일도 경험을 위해 하나씩 시키고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사무장 등의 업무를 시키며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일 등은 잘못됐다. 그러나 경력 변호사의 노하우를 6개월 간 전수받는다는 점에서 급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예비변호사들이 싼 값에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유명 사립대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9) 씨는 “법조인을 고용할 시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매년 로스쿨 졸업생들이 1500여명 쏟아져 나온다”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예비변호사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곳도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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