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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잉원의 딜레마… 외교ㆍ경제 엇박자 어떻게 해결할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ㆍ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렵다)’

중화권 최초 여성 통치자로 20일 대만 총통에 취임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정치ㆍ외교적으로 대만 독립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딜레마가 그의 임기 내내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열리는 취임식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차이 총통이 ‘92공식’(九二共識)을 언급할 지에 관한 것이다. 92공식이란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다. 중국은 지난 1월 대만 총선 이후 줄곧 92공식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그러나 차이 총통은 앞선 마잉주(馬英九) 정부의 친중정책과는 달리 대만 독립 성향이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차이 총통이 소속돼 있는 민진당의 경우 강령에 대만 독립까지 명기해 놓아 92공식을 인정할 경우, 당 강령은 물론이고 지지자들의 뜻까지 저버리는 것이 된다.

문제는 양안 관계가 틀어질 경우 차이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인 경제 문제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때 ‘아시아의 네마리 용(龍)’ 중 하나로 꼽히던 대만은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가 침체돼 있다. 지난해 성장률도 0.8%에 불과하다. 민진당이 8년만에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경제 현실을 바꿔달라는 민심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여건 상 이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대만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다. 대만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26%에 이르며, 대(對) 홍콩 수출 물량까지 포함하면 40%에 육박한다. 굳이 중국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세계 각국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대만은 경제 구조를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꾸려 하고 있지만 인구가 2300만명에 불과해 이 역시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 양안 관계마저 불협화음을 낼 경우 경제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대만과의 교역을 줄이는 방식으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대만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36만3878명으로 전월보다 10%가량 줄었고 중국의 단체관광 축소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래이저는 “차이 총통에게 가장 큰 도전은 경제 살리기 어젠다와 연결돼 있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대만 경제에 위협을 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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