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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이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얼마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일으킨 복고열풍은 대단했다. 배경이 된 쌍문동 골목은 따뜻했던 그 시절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당시 유행한 가요와 패션이 거리를 휘저었다. 사람들은 흔히 지나간 시절이 좋았다고 느낀다. 분명 그 시절 또한 고달프고 힘들었는데도 그렇다.

독일 출신 저널리스트 다니엘 레티히는 ‘추억에 관한 모든 것’(황소자리)에서 왜 사람들이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지, 최초의 기억은 왜 달콤한지, 과거의 기억이 현재와 미래에 행사하는 위력까지 기억과 향수의 흥미롭고 비밀스런 세계를 탐험해 나간다.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향수병이란 단어를 처음 고안한 인물은 스위스 의학자 요하네스 호퍼였다. 그는 타지 병원에서 치료받던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앓던 병이 귀향으로 모두 치료된 걸 보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


추억에 관한 모든 것/다니엘 레티히 지음, 김종인 옮김/황소자리

향수는 이젠 병이 아니라 약으로 여겨진다. 인간 삶의 본질적 무상함을 향수와 추억이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불확실성을 싫어해 입증된 것과 알고 있는 것에 기대고 싶어한다. 이를 통해 복잡함을 줄이고 정신적인 긴감을 누그러뜨리며 실망의 위험성을 낮춘다는게 현대의학의 설명이다.

복고마케팅은 이런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다. 사람들은 과거를 찾아가고 싶지만 그곳에서 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상의 과거와 최상의 현재를 결합하면 매력적인 상품이 되는 것이다. 하비 캐플런의 견해에 따르면, 향수병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깊이 자각하는 젊은 시절에 시작된다. 기억은 적어도 청춘의 일부를 성인이 된 후에도 보존시켜 준다는 점에서 달콤하다.

“지나간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두 번 사는 것과 같다”. 로마 시인 마르티알리스의 이 말은 추억의 가치를 말해주는 명구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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