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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27년만에 완성한 ‘군함도’는 우리의 부끄러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소설가 한수산(70)이 27년간 붙들고 있었던 소설을 마침내 완성했다. 최근 일본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본 하시마섬에 징용돼 참혹한 삶을 살아간 징용공들의 삶을 그린 ‘군함도’(창비)다. 이 작품은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창작에 회의를 느끼고 칩거중이었던 그를 다시금 일으켜 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수산 필화사건’을 겪고 창작에 회의를 느낀 그는1988년 일본 체류 중, 도쿄의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그가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겠다고 결심게 된 동기다. 그로부터 그는 오로지 ‘군함도’에만 매달렸다. 2003년 ‘까마귀’(전5권)란 제목을 달고 책을 냈지만 그는 오래지 않아 개작에 들어간다.

이야기의 틀만 남기로 새로 쓰다시피해 3500매로 완성한 ‘군함도’를 끝낸 작가는 “우리시대가 해야 할 일을 했다. 이제 역사를 문학 속에서 기억하려는 발걸음을 떼려고 한다. ”고 소회를 밝혔다. 



셀 수 없이 군함도를 오간 그가 첫 발을 들인 것은 1990년 여름. 15살 어린나이로 일본으로 끌려온 징용의 피해자 서정우씨와 직접 군함도에 올라 숙사가 있던 건물에서부터 섬 전역을 돌며 참혹했던 시절의 얘기를 하나하나 들었다.

소설 ‘군함도’는 친일파 집안 아들 지상이 형 대신 징용을 자원, 일본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데서 시작한다. 현해탄을 건너 시모노세끼로 이동하면서 그는 욕설과 매질속에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을 감지한다. 그나마 춘천고보 출신 우석을 만난 게 행운. 둘은 조선독립의 꿈을 키우고 상조회를 조직, 고향의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다 발각돼 탄압을 받은 상록회사건에 뜻을 함께했던 두 사람이다. 둘은 나란히 미쯔비시광업소 타카시마탄광 하시마분원에서 감옥같은 징용생활을 시작한다.

죽어서 밖에 나갈 수 없는 섬, 지상은 어렵사리 고향에서 날아든 득남소식을 듣고, 벌레같은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히고 우석, 필수와 탈출을 게획한다.

작가는 왜 그토록 오래 과거사에 매달려온 걸까.

그는 “국가 혹은 역사가 뒤엉킨 거대한 불행, 끊임없는 불평등과 삶, 그 자체를 뒤흔드는 압제 속에 언제까지 살아가야 하는가가 오랜 의문이었다”며, “자신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하고 그 가치를 위해 자신을 불사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과거의 역사를 “문학적 기억으로 남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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