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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공단 폐쇄 100일] 南北의 사생아 개성공단…먼지만 쌓여가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20일이면 개성공단이 문 닫은지 꼭 100일이 된다. 지난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국제사회 대북제재 국면에서 우리 정부는 강력한 제재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이튿날 곧바로 개성공단 폐쇄를 통보했다.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은 남과 북 모두 발길이 끊기면서 먼지로 뒤덮힌 적막만이 지배하고 있다.

19일 통일부 당국자 및 대북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위성사진이나 휴전선 인근 관측 결과 등을 종합하면 간혹 한 두 명의 북한 군인이 개성공단을 순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는 하지만 군대가 주둔한 정황이나 기계설비를 뜯어가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일관된 설명이다. 다만 폐쇄 전에 생산돼 쌓여있던 완제품은 모두 빼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자산 동결을 선포하면서 “사품 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다”고 못박아 우리 기업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방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독자 가동을 하고 싶어도 북한 전력 사정상 불가능하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한국전력이 평화변전소를 통해 지원한 전력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전기를 끊었다. 이로 인해 현재 개성공단 지역은 밤이면 캄캄한 암흑천지로 변한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구할 수 없는 것도 독자 운영이 어려운 이유다. 기계설비와 장비를 뜯어내 해외에 팔려해도 국제사회 제재 국면에서 선뜻 거래에 나설 상대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북한 내 다른 공장에 개성공단 기계를 활용하는 방안은 기술 격차가 워낙 커 불가능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북한 공장시설 가운데 우리 입장에서 그나마 쓸만한 건 광물자원 생산 및 1차 가공 시설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재가동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언제든 ‘돈줄’인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북한이 완전 폐쇄라고는 했지만 속내는 재개에 대한 미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 근로자 임금 등으로 매년 북한에 1억 달러 가량이 흘러들어간다고 보고 있다. 또 김정일 시대에 설립된 개성공단을 함부로 훼손하는 것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가 장기화되면 결국 고스란히 입주기업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123개 업체의 피해액이 고정자산 5688억원과 유동자산 2464억원 등 8152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실태조사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입주기업 피해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 5.24조치로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투자가 금지되면서 대부분의 개성공단 설비는 노후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며칠만 방치하고 관리하지 않아도 기계가 제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대규모 고정자산 투자를 한 입주기업들은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가동 중단으로 인한 자산 손실을 회계처리하며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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