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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브리핑] ‘임을 위한 행진곡’은 왜 논란이 될까?
<안철수 진심캠프를 거쳐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출입했던 20대 기자가 그 취재 경험을 20대와 공유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사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반말을 사용했습니다. 그 이상의, 이하의 의미는 없습니다.>



[HOOC=이정아 기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5·18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문제를 놓고 올해도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곡의 가사 일부야. ‘임을 위한 행진곡’. 소설가 황석영이 재야인사인 백기완 씨의 옥중시를 차용해 곡의 노랫말을 지었지. 이 곡은 1980년 5월 광주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숨진 윤상원 씨와 노동운동가 박기순 씨의 영혼 결혼식을 주제로 한 노래극에서 마지막 부분에 삽입되는데, 이를 계기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 전반을 대표하는 민중가요로 인정받게 돼.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지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식에서 제창(참석자가 다같이 부르는 방식)이 됐어.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기게 되면서 민주화 시기인 198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지.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첫 해에는 5·18 기념식에 참석해 함께 노래를 불렀고. 

5.18 당시 상황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그런데 이듬해인 2009년부터 이 곡은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방식이 바뀌게 돼. 무대 위에 있는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자는 건데. 정부는 갑자기 왜 곡을 부르는 방식을 바꾼 걸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곡이라는 정치색이 덧씌워지면서 곡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돼.

시를 차용해 노랫말을 만든 황석영. 그가 1989년 방북했을 때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북한 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영화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배경 음악으로 쓰였는데, 보수단체들은 이걸 근거로 들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이 김정일이라고 주장해. ‘새날’은 북한 주도로 통일을 한다는 의미라고 하고.

이런 주장에 야당은 보수단체들의 ‘종북몰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곡이 탄생한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가사의 원작자는 평생을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헌신한 백기완 씨인데 이걸 왜 북한과 연결 짓고 있냐는 거지. 

(*)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지 않는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모습. 여야 대표는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새누리당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에서 다같이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 곡은 북한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됐는데 왜 국가보훈처가 나서서 ‘임’이 김정일이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냐고 비판하고 있지. 정부가 공연한 분란과 사회적 낭비만 일으키고 있다는 거야.

사실 정치권은 지난 2013년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판단을 끝낸 상황이야.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결의안은 재석 200명 중 158명 찬성으로 통과됐었거든.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것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른 노래는 ‘아침이슬’인데, 이 곡을 만든 김민기 씨나 가수 양희은 씨의 회고에 따르면 당초부터 이 노래가 시위용 노래는 아니었어. 오히려 이 곡으로 건전가요 상까지 받았지. 멜로디와 가사가 가슴을 울렸기 때문에 ‘아침이슬’이라는 곡이 시위 현장에서 선택된 것이었을 거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미 30년 전부터 부르던 노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노래를 대하는 시각의 차이가 수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어. 그런데 말야.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건 36년 전 오늘. 노래 가사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무고한 시민들은 그렇게 스러져갔고,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던 뜨거운 맹세는 군화발에 무참히 뭉개졌다는 사실이야. 아픈 역사는 바르게 기억돼야 할 거야. 언니는 여기까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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