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도미니카공화국에선 투표권 1장이 ‘2만 5천원’?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19세의 나이로 선거권을 얻은 제이슨은 투표를 하는 대신 1000 도니미칸 페소(약 22달러ㆍ한화 2만 5000원)을 얻었다. 재선에 도전한 다닐로 메디나 대통령과 여당인 도미니카 자유당(PLD)을 찍는 대가를 지불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친구 PLD에 28 달러를 받고 투표에 나섰다.

카리브 해의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15일 (현지시간) 치룬 대선으로 다닐로 메디나(64)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선거는 허울뿐이었다. 1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장기집권해온 PLD는 ‘선거권 거래’를 통해 다시 한번 정권을 거머쥐었다. 야당의 반발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대선에 도전한 다수의 정당 모두 선거권 거래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선거권 거래는 하나의 일상이 돼있었다. 현지 TV 방송국에서는 암암리에 선거권 거래에 어떻게 이뤄지는지까지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선거관리위원회장인 로베르토 로사리오는 블룸버그 통신에 “모든 당이 개입돼있다”며 “부정선거로 판단하고 다시 선거를 치뤄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투표권을 팔는 것을 막기 위한 캠페인과 규칙을 소개했지만, 헛수고였다고 덧붙였다.

15일 선거를 앞두고 도미니카 공화국은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했다. 신분증은 한국의 주민등록증처럼 지문을 등록하게 해 ‘1인 1표’ 원칙이 깨지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무효화시키거나 매수하는 꼼수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PLD의 경쟁 후보를 지원할 예정이었던 제이슨은 PLD에 28 달러를 받는 대신 자신의 신분증을 PLD 당원에게 하루동안 빌려줘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경쟁 후보에게 돌아갈 투표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한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마리아(가명)는 블룸버그 통신에 “많을 때는 200명 분의 선거권도 매수했다”고 밝혔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투표권 매매는 엄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권ㆍ투표권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방송인에서 현지 정치인이 된 도미니카 공화국의 타이나 하우트레아우(Taina Gautreau)는 지난 2012년 총 700만 명의 유권자 중 40만 명이 자신의 선거권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민주주의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권자들이 ‘용돈벌이’를 위해 선거권을 판매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주로 빵, 경품, 가스를 얻기 위해 선거권을 판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 1000만 명인 도미니카 공화국은 극심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최저임금은 월 200 달러(26만 원)으로, 국민 중 40%가 이마저도 벌지 못하 빈곤한 상태에 빠져있다. 실업률은 14%를 육박한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