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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비즈니스석으로만 승부…항공사 新모델 ‘라꼼빠니’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우리는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의도가 없습니다.”

항공기의 전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만 운영하는 형태로 항공업계에 승부수를 던진 항공사가 있다. 취항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프랑스의 신생 항공사 ‘라 꼼빠니(La Compagnie)’다. 

라꼼빠니 비행기 보잉 757-200

항공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를 만큼 이른 시기에, 야심만만하게 탄생한 이 항공사의 전략은 ‘차별화’다. 라 꼼빠니는 독특한 ‘저가 항공사’다. 경쟁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서비스가 일반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라 꼼빠니는 전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운영한다. 경쟁업체보다 저렴하게 비즈니스 클래스의 항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데 라 꼼빠니의 뉴욕에서 파리까지 비행기 값은 1490달러에서 최고 1550달러선 수준이다. 같은 항로를 운항하는 브리티시 항공 등의 미국, 유럽 대형 항공사들의 비즈니스석보다도 최소 30%에서 최대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물론 신생항공사인 만큼 아직은 취항하는 도시의 숫자와 보유 비행기 수, 직원 규모 등은 크지 않다. 비행기 한대에는 조종사를 제외하고 승무원 단 3명이 탑승하고, 비행기는 보잉 757-200 기종 두 대가 전부다. 런던의 루턴공항,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뉴욕 근교의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만을 오가며, 런던에서 뉴욕(왕복), 뉴욕에서 파리(왕복), 달랑 두 개의 노선을 취한다.

그러나 장거리 비행에 속하는 뉴욕과 파리를 일주일에 6일 이상 왕복하면서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대형 여객기보다 오히려 높은 채산성을 자랑한다. 저가항공사의 급증으로 항공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는 와중에 수익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기장(왼쪽)과 승무원 두명. 캐빈 승무원 유니폼은 협력사인 프랑스 패션브랜드 비꼼떼에이(Vicomte A)의 작품이다.

취항 노선에도 경제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 라 꼼빠니가 영국의 허브공항격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런던의 히드로 공항이 아니라 루턴 공항이다. 히드로공항과 같은 허브공항은 이미 글로벌 항공 여객사가 꽉 쥐고 있어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루턴공항이 그 대안이 되면서 착륙요금, 환경부담금 등 대부분의 거점공항에서 요구하는 높은 이용료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루턴공항은 루턴 중심지로부터 약 3km, 런던 도심으로부턴 약 50km 정도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아주 나쁜 편은 아니다.

사실 비즈니스석만을 취하는 항공사는 라꼼빠니가 처음이 아니다. 2003년 같은 형태의 항공사 맥스젯(MAXjet)이 출범했지만 비행기 동체가 너무 무거워 이착륙시 연료효율성에서 큰 손해를 보며 실패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가격으로 퍼스트 클래스급의 서비스를 시행하는 항공사 에오스(Eos)는 높은 가격과 수요 부족으로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프란츠 이블랭

라 꼼빠니의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CEO)인 프란츠 이블랭(Frantz Yvelinㆍ38)도 과거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 라비옹(L‘Avion)항공을 설립한 적 있다. 하지만 때마침 금융위기가 닥치고, 같은 포맷의 실버젯(Silverjet)항공사가 등장하면서 결국 5400만달러에 브리티시항공에 넘기고 말았다.

한 번의 실패 후 마침내 라꼼빠니가 탄생했다. 2013년 설립 당시 유럽의 개인투자자 41명으로부터 3400만유로(약 453억6000만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탄탄한 기반을 형성했다. 

쾌적한 기내 모습

“세상에서 가장 좋은 비즈니스 클래스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는다. 하지만 가장 ’값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프란츠 이블랭. 그의 말처럼 라꼼빠니는 세계 첫 ‘부티크 항공사’를 표방하기도 한다. 표준화되고 현대화된 대형 호텔 체인과 달리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부티크 호텔‘에서 그 의미를 따온 것이다.

비즈니스 클래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넓고 편한 좌석이다. 라꼼빠니 비행기는 보잉사의 대표 여객기인 보잉 747 시리즈보다 비행속도와 항속거리가 낮지만, 보잉 747의 이코노미 좌석보다 26인치(66cm) 더 넓은 좌석을 자랑한다. 등받이는 175도까지 젖혀진다.

식후 디저트

기내에선 12인치 삼성 갤럭시 프로 테블릿으로 영화∙음악∙잡지∙신문∙엔터테이먼트 쇼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프랑스 제품 꼬달리와 협력을 맺어 스킨, 토너 등 피부화장품도 사용 가능하다.

빠른 체크인도 인기비결이다. 일반적으로 보안검색대가 공항이 고용한 외주업체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라꼼빠니는 소속 보안검색요원들을 따로 마련한다. 때문에 오히려 대형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보다 빠르게 체크인을 할 수 있는 것이 경쟁력 요소다.

런던 루턴공항의 라꼼빠니 전용 라운지 ‘애스파이어(Aspire)’ 모습. 음식과 스낵, 일부 주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체로 공항 밖에 전용 라운지를 설치하는 여타 저가항공사들과도 차별화를 뒀다. 세계 첫 부티크 항공사답게 라꼼빠니는 공항 내부에 전용 라운지를 두 개나 갖추고 있다. 자사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밖에 나갈 필요 없이 편하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어크공항과 루턴공항에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둬 음식과 스낵, 일부 주류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공용 와이파이와 마사지 등을 제공하는 스파 서비스도 구비돼 있다.

전용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음식들

2014년 7월 첫 취항한 라꼼빠니는 이착륙공항을 도시 중심지보단 교외에 두고, 직원 수를 최소화해 글로벌 항공 경쟁에서 살아남을 반석을 다졌다. 또한 저렴한 가격 대비 정성이 묻어나는 기내 및 라운지 서비스로 유럽 승객들로부터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회사 측은 재정상태를 공개하지 않지만 뉴욕-파리 취항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1만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해외매체를 통해 전했다. 올해 말까지 비행기 2대를 추가로 수주할 계획이다.

20분 주기로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간이 침대 시설 ‘스누즈파즈(SnoozePods)’도 라운지 안에 있다. 지능형 조명 시스템으로 피로를 풀어준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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