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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SPA브랜드 ‘포에버21’ 위기…한국계 창업주 ‘아메리칸 드림’ 휘청
미국의 한국계 이민자 장진숙-장도원 부부가 창업해 세계적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포에버21(Forever 21)이 위기에 봉착했다.

뉴욕포스트는 최근 “포에버21의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지불과 대출상환이 지연되면서 이미 한계에 도달한 협력사와 은행들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지역 대형 매장 두 곳이 최근 문을 닫은 것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가 접시닦이, 세탁소, 주유소 등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작은 옷가게를 차렸다. 포에버21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장씨 부부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상품에 즉각 반영하면서 인기를 얻었고, 첫해 3만5000달러였던 매출을 1년 만에 70만달러로 끌어올렸다. 이후 20년간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45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진출도 가속화해 미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도 매장을 열었다. 자라(ZARA), H&M, 유니클로 등 유수의 글로벌 SPA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브랜드로 성장하며 한때는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에버21의 기업가치가 급성장하면서 장씨 부부도 ‘거부’가 됐다. 이들 부부의 자산은 44억달러(포브스 기준)로 우리돈 5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무리한 글로벌 확장이 발목을 잡았다. 포에버21은 현재 미국과 해외에 7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그 존슨 커스토머그로스파트너스 회장은 “포에버21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5% 증가했지만 많은 의류 유통업체들이 그렇듯, 포에버21 오너는 자신들의 성공을 너무 맹신했고 무리한 매장확대로 부메랑을 맞고 있다”며 “신규 매장규모는 평균 983평, 일부는 2310평이 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무리한 사업 확장은 회사 재무상태에 직격탄을 날렸다. 현금유동성이 악화되면서 하청업체와 판매점에 정상보다 30일 늦게 대금을 지불하는 일이 속출했다 .실제로 LA에 기반을 둔 주요 공장인 펄비나(Pear-Vina Co.,)는 대금 지불을 독촉하기도 했다.

포에버21과 거래를 해온 금융기관도 신용평가와 자금 회수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패션 소매업체를 주고객으로 하는 뉴욕소재 금융기관 힐던(Hilldun)의 개리 와스너 대표는 “포에버21의 재무정보를 적기에 얻을 수 없다”며 포에버21에 대한 신용대출을 보류했다. 와스너는 “힐던은 앞으로 포에버21과 금융거래를 하겠지만 모든 경우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초 LA에 위치한 포에버21 대형 매장 두 곳을 폐쇄한 것도 지난해 웰스파고와 TPG캐피털에서 빌린 1억5000만달러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에버21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로는 ‘저가공세’가 더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지적이 나온다. 포에버21의 의류는 4~20달러선으로 저렴하지만, SPA 브랜드간 가격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포에버21의 온오프매장을 찾는 고객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브라이언 터닉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현재 포에버21은 과거 시장점유율 1위였던 때 만큼의 현금 유동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포에버21이 지난 수년간 보여준 판매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에는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포에버21은 최근 자사의 저가브랜드인 ‘F21 Red’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어깨 끈이 달린 여성용 속옷 케미솔은 1.5달러, 청바지는 8달러, 탱크 탑 의류는 5달러 미만 등 ‘초저가’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할인전략’이 포에버21에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줄 지는 미지수다. 애당초 포에버21의 제품가격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한 컨설턴트는 “소비자들이 포에버21이 팔고 있는 값싼 제품들보다 더 싼 것들을 좋아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나친 착각”이라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도 “요즘 소비자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질적으로 좀더 나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원한다”고 평가했다.

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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