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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주한미군 ‘유유자적’→‘과속스캔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거짓 해명을 늘어놓는 등 사태 대응에 ‘유유자적’을 지향했던 미군이 달라지고 있다. 주한미군 용산 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 추진 논란이 빚어지자 초고속 해명에 나서고 있다. 스캔들에 대한 과속 대응이다.

지난해 4월 미 본토에서 주한미군 오산기지로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과 페스트균 샘플이 배달돼 사태가 일파만파로 비화됐을 때 미군은 여유있게 대응에 나섰다. “한국에 탄저균을 들여온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거짓 해명까지 했다.

이 사태 조사를 위한 한미 양국 합동실무단이 꾸려져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주한미군 기지로 총 16차례나 생물학 검사용 샘풀이 배송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쯤되자 미군은 “앞서 한국에 탄저균을 들여온 게 처음이라는 해명은 오산기지에 처음이라는 뜻이었다”며 “용산 기지에서는 그 전에도 실험을 했다”며 말을 바꿨다. 한국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한 영혼 없는 주한미군의 대응에 국민적 분노가 끓어올랐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왼쪽)과 주한미군사령부 로버트 헤드룬드 기획참모부장이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 한미 합동실무단 운영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시 논란은 미 본토에서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배송한 탄저균의 사균화 과정에 문제가 생겨 탄저균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촉발된 것이다.

주한미군은 탄저균이 살아 있을 가능성을 우려해 우리 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주한미군의 생물학 실험과 관련된 한미간 규정이 없어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생물학 검사용 샘플의 국내 반입에 대해 깜깜하게 모르고 있었다.

결국 한미 양국은 사태 발생 3개월여 뒤인 7월 11일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합동위원장인 우리 외교부 북미국장, 미국 주한미군사령부 부사령관간의 서명을 통해 한미 생물방어협력 관련 합동실무단을 설치했다.

실무단은 향후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을 반입할 때 ▷한국 정부에 발송 및 수신기관, 샘플 종류, 용도, 양, 운송방법 등을 통보하고 ▷일방의 요청이 있을 경우 빠른 시일 내에 공동평가를 실시하며 ▷관세청이 물품 검사를 희망하는 경우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협조해 합동검사를 실시할 것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 내용은 12월 17일 열린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번에 주한미군 용산기지 실험실 내 지카 바이러스 실험 추진 논란이 일자 주한미군은 지난해 탄저균 사태 때와 180도 달리 초고속 대응에 나섰다.

주한미군은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인 12일 입장자료를 통해 ”미국 정부가 서울에 있는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에서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한국에서) 잘못 번역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한미군 측은 “ECBC에서 탐지 능력을 개량해 생물학 작용제에 대한 방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미 육군의 노력을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면서 “미군은 어떠한 지카 바이러스 샘플도 한국에 반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육군 산하의 ECBC는 인터넷 홈페이지(www.ecbc.army.mil)를 통해 생물학전에 대비하기 위해 미 국방부와 한국 정부가 함께 진행하는 ‘주피터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이미 용산에서 지카 바이러스 검출 역량을 추가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한 매체가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주한미군 측은 이에 대해 ECBC 인터넷에 게재된 글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 부분을 한국 언론이 잘못 번역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탄저균 사태에 비하면 과속 대응이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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