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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묶으니 제2금융권으로…대출‘풍선효과’
저축은행 등 작년말대비 4조2238억 증가
은행보다 금리높아 이자부담 가중 우려
거치기간 만료된 대출자는 원리금 폭탄

정부와 은행권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이 100일을 맞은 가운데 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시행된 이 대책은 소득에 따라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고 원금을 분할해 상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후 5월부터는 지방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대채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정부의 의도대로 완만하게 꺾이는 추세다. 하지만 깐깐해진 은행 심사를 피해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또 이미 거치식으로 대출을 받은 뒤 생활비를 쪼개 이자를 내던 시민들은 같은 조건으로 ‘갈아타기’가 불가능해 짐에 따라 갑자기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고, 주택거래량도 급감하는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가계부채의 급증세는 꺾이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조7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11조6000억 원)보다 1조9000억 원 줄었다.

특히 대형은행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모기지론을 제외한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ㆍ기업 등 6대 은행의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연말보다 4조3396억 원 늘어났다.

이는 작년 1분기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인 7조6960억 원의 56.4%에불과하다.

하지만 제1금융권의 대출 증가세의 둔화는 2금융권에 대한 대출의 급증을 낳고 있다.

지난 2월 말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예금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52조8561억 원으로, 두 달 전인 작년 말(248조6323억 원)보다 4조2238억 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다.

보통 1∼2월은 주택거래가 줄고 직장인들의 연말 상여금으로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대출 비수기로 꼽힌다. 그동안 가계대출 잔액은 보통 감소하거나 소폭으로 증가해왔다는 점에서 올해 급증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1금융권보다 높다는 데 있다. 특히 가계는 2금융권에서 생활비를 확보하려고 대출받는 경우가 많아 전체 대출규모는 줄이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이자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저금리에 목돈을 빌려 집을 산 차주들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거치 기간이 만료된 뒤 급격히 늘어난 원리금 폭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사례들이 현장에서 목격되고 있다.

은행권의 여신 담당자는 “거치기간에 월 37만5000원을 내던 사람이 비거치로 바뀌면서 100만원 이상을 내야 해 곤란함을 느끼는 경우 등 안타까운 경우가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내집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기지 대출 기간을 30년 이상 늘리고, 현재 디딤돌 내집마련대출제도와 같은 제도를 확대 도입해 금리를 낮춰주는 등 탄력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roc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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