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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설 끓는 ‘조선업 노사(勞社)’ 갈등 … 해법은 제각각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재점화 될 것이란 우려다. 분란은 위기 때 찾아온다. 주채권 은행으로부터 고강도 자구안 요청을 받은 사측은 업황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고, 노조측은 사측의 부실 경영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 3사 노조가 보이는 구조조정 대응 방식에 차이도 도드라지고 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임금·단체 협약 교섭에 들어간다. 전날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상견례를 가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협상 시작 6개월만에 가까스로 임단협을 타결하는 등 노사 갈등이 적지 않아, 올해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의 요구는 명확히 제시돼 있는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9만6712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등 임금 부문 요구와 해고 인원만큼의 신규사원 채용, 복지카드 신설,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등의 단체협약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또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이사회 의결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사측은 경영권 간섭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단협이 지난해처럼 험로를 걸을 것이라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수주 절벽으로 도크 가동 중단이 현실화되고 30%가량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며 “회사 생존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3000명 구조조정 목표와 이에 더해 추가적인 인력 조정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15일까지 5개 조선 계열사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자회사 하이투자증권 노조와도 만나 연대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사 갈등 여파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 노조는 지난 7일 긴급회동을 갖고 협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측은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와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수주가 없게 되면서 일감이 부족해지고 있다. 고용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본급을 동결하더라도 고용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들어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만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다음주 중으로 추가 자구안을 내야하는 처지다. 지난해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걸리자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최근 사측과 함께 수주활동에 나서기도 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함께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LNG 18’ 전시회에 참석해 영업활동을 벌였다. 이보다 앞서서는 거제조선소의 쉐브론과 쉘 등 주요 선주들을 찾아 발주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전날 올해 첫 임단협에 들어갔다. 대우조선 노사는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정성립 사장과 현시한 노조위원장 등이 만나 상견례를 가졌다. 노조측은 지난 3월말 총고용 보장, 임금인상,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협상안을 마련해 사측에 제시했다.

문제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해양 입장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소유다. 지분 비율은 49.7%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3조5000억 원이 넘는 여신을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목줄을 잡고 있다.

정성립 사장이 지난해 5월 취임 전부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조에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사간 협상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완료된 직후인 오는 6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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