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세종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문화ㆍ생태 부활 조짐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는 나랏일 보느라 늘 정색한 표정을 짓는 공무원들만이 들락거리는 삭막한 도시인가.

국민의 응어리가 밴 민원을 처리하느라 공복(公僕)들이 골머리를 싸매고, 곳곳에 경찰이 경비를 서며, 관공서 청사 밀집지역을 벗어나면 을씨년스런 포크레인 자국만 있는 곳일까.

서울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만 쌓여 있고, 홀아비 처럼 아무렇게 벗어놓은 양말이 월세방을 나뒹굴기만 하는 그런 도시일까.
전의면 관정리 동구나무

아니다.

세종시도 사람 사는 곳, 생명과 문화가 숨쉬는 곳이다. 초목이 푸르고, 5일장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나누던 인정이 피어나는 곳이다. 국무총리실 앞에는 오랜 느티나무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토착민들의 문화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생명문화의 도시이다.

이같은 세종시의 서정과 생태는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2016년 세종민속문화의 해’ 사업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세종시 반곡리 이주민의 변화와 미곡리의 마을민속, 세종시 ‘식물민속’을 조사한 결과 새삼스럽게 확인된 것이다. 이는 원래 있던 것이지, 서양인들이 과거 기존에 사람이 살던 땅을 신대륙이랍시고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에 가서 ‘최초 발견’이라고 억지 부리듯, 새로 발견된 것은 아님을 굳이 밝힌다.
행복도시 건설과정 포크레인과 원주민

▶세종시의 풀
1980년대 전의면의 나물은 통근 열차를 타고 서울의 식탁에 올랐다. 교통이 지금 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당시로선 서울시민을 위한 몇 안되는 ‘로컬푸드’라 할 만 하다.

전의장은 1990년대 초반까지 서울에서 내려온 생필품과 전의지역에서 재배된 곡식과 나물이 거래되던 5일장으로,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통근열차를 타고 내려온 서울상인들과의 교류가 매우 활발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전문유통체계가 갖추어지기 이전에 이미 직접 채취한 나물이 서울 상인을 대상으로 대량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수도권 지역과 당일 유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 초반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통행이 축소되자 전의장을 비롯하여 전의면 지역이 급격히 위축되었다.

다만 최근 세종시 출범 이후 천안까지 운행하는 수도권 지하철이 연장 개통됨에 따라서 다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송원리 느티나무 근린공원으로 이주

▶세종시의 나무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신성시되었던 ‘둥구나무’는 그 자리를 지키면서 마을 주민들이 옛 마을을 기억하고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청사 국무총리실 앞을 지키는 느티나무가 그 대표적 예이다. 또한 송원리의 둥구나무는 여러사람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나 신도시에 있는 ‘첫마을 근린공원’으로 이식됐다. 이 둥구나무는 매년 목신제(木神祭)를 개최하고 동계와 향우회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세종시로 이사온 프랑스인 장스칸드라니씨

▶세종시의 숲
옛 연기군 지역에서는 총 12개의 마을숲이 있었다. 흔히 ‘숲거리’, ‘숙정이’, ‘수살’ 등으로 불리는 마을숲은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마을의 필수적 공간으로서 사나운 북풍을 막아주는 한편, 결혼식이나 단오날의 잔치 등 마을 사람들의 모임이나 행사 장소가 되었다.

이러한 마을숲들은 세종시로 변화하고 도로와 KTX 선로의 건설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되어 현재 마을숲의 명맥을 유지하고 남아있는 곳은 소정1리, 대곡4리, 수산리 3곳에 불과하다. 
나물을 다듬는 세종시민의 손길

▶세종시의 사람
세종시로 이주해 온 한 프랑스인 장스칸드라니씨는 아파트 정원에 자리잡은 키 큰 소나무에 깊은 인상을 받으며, 고향 프랑스와 다른 정서를 떠올리기도 했다. 또 고향에서 지역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는 마을기업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 속 식물을 떠올리며 세종시가 ‘어설픈 도시보다 문화가 있는 시골’로 남기를 바랬다.

조치원읍의 대학생은 서울과는 다른 세종시의 환경을 말하고, 대학생들 사이에서 세종시의 발전을 바라며 서울과는 다른 도시가 될 것을 기대했다.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서 세종시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 다른 도시와의 차별성에 대한 요구, 그리고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세종시의 도시화 양상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민속박물관은 세종시 새 비전의 시사점을 담은 이 조사결과를 ‘세종시ㆍ식물ㆍ사람’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펴냈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