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 푸르티바 라그리마…’로 시작되는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의 아리아는, 젊은 남녀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처연하고 슬프다. 2막 후반부,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갈구하며 홀로 부르는 이 아리아를 듣기 위해, 여전히 많은 관객들은 180년(1832년 밀라노 리리코 극장 초연)도 더 된 이 오페라를 기다린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가족 관객들과 통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갈등이나 비극을 다루기 보다 밝고 신선한 이야기로 모든 연령, 모든 계층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는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의 의도대로다.
아디나와 네모리노 [사진제공=서울시오페라단] |
아디나와 네모리노 [사진제공=서울시오페라단] |
이탈리아 여성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쫄리(Cristina Pezzoli)는 한국의 옛 시골 정경을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에 접목시켰다. 한국 방문 때 역사박물관에서 김홍도 그림을 보고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브뢰겔(Bruegel)을 떠올렸다는 페쫄리는 자칫 어색하게 겉돌 수도 있었던 동ㆍ서양 문화를 오묘하게 조합했다.
재밌는 건, 서양 연출가가 해석한 19~20세기 한국의 시골 풍경에는 딱히 한국적인 것이라 경계지을 수 없는 이미지들이 혼재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중국풍 산수화를 배경으로 황금빛 들판이 펼쳐진 가운데, 십자가 모양의 막대기에 형형색색 등불이 걸려 있고, 일본풍 잿빛 군복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었던 건 ‘판타지’ 때문이다. 커다란 나무, 조각배 모양의 대형 초승달 등 동화적인 오브제들이 판타지를 더해 준다. 그리고 이 모든 배경들은, 삼각관계를 빙자한 말도 안 되는 ‘밀당’ 연애의 판타지를 한껏 고무시킨다.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자 민정기)의 연주에 스칼라오페라합창단이 탄탄한 소리를 보탰다. 성악가들 이 외에도 서울시극단 단원들이 참여해 대거 무대를 채웠는데, 연기 부분이 과하게 부각된 것은 조금 산만해 보였다. 워낙 많은 수의 연기자들이 무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람에 성악가들의 노랫소리보다 연기자들의 발소리가 더 크게 들린 것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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