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훅 INSIDE]옥시 파문,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들
[HOOC=서상범 기자]가습기 살균제 파문의 중심에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코리아(옥시)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연일 거세지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를 했지만 비난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피해자 단체는 물론, 시민단체들이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비난을 넘어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옥시가 이번 사태의 핵심 업체임은 분명합니다. 판매량이나 피해자 수로 봤을 때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다른 업체들보다 월등한 영향을 미친 것이죠.

그러나 유해성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 포함되는 업체는 옥시만이 아닙니다.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한 가해업체는 롯데와 홈플러스, 애경, 이마트 등 총 14개 업체입니다. 옥시가 전면에 부각될 뿐, 나머지 업체들 역시 이번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 입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유독 옥시에만 집중되는 모양새입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생산되는 기사의 양만 놓고 봐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집니다. 최근 한달 간 ‘옥시 가습기’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했을 때 총 5945개의 기사가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롯데 가습기’라는 검색에서는 그 숫자가 1681개로 확연히 줄어듭니다. ‘이마트 가습기’는 291개, ‘애경 가습기’는 299개에 불과한 기사가 검색됐습니다.

이처럼 언론의 관심은 옥시라는 회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은 ‘언론은 왜 옥시만 때리나?’라는 칼럼을 통해 비정상적인 행동임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언론 보도가 애경, 롯데, 이마트,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다른 대기업들은 제쳐두고, 유독 ‘옥시’에만 집중하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며 “이는 대중의 시선을 한쪽에만 집중시키는, 일종의 ‘시선 돌리기’ 효과이며 이를 통해 이득을 볼 집단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한겨레 칼럼 보기>

즉 우리 나라 언론들이 외국계 기업인 옥시에만 집중하는 것은, 또다른 가해자인 국내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효과와 같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수사 역시 옥시에만 집중된 모양새입니다. 검찰은 당초 옥시에 대한 수사 이후 순차적으로 다른 업체들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옥시에 집중하느라 다른 업체들의 수사가 언제 확대될 지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롯데, 홈플러스, 이마트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수사는 솜방망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애경의 경우 아예 수사 대상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2001년 출시된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2011년 11월 동물실험에서 애경 제품의 성분과 폐섬유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경 제품의 피해자들 역시 정부 판정에서 ‘가능성 낮음’과 ‘가능성 거의없음’이라는 3,4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피해자 측은 제품의 핵심 성분인 CMIT/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칠소치라졸리논)이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유해물질로 판정이 됐다는 점을 들어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이 물질과 폐섬유화의 인과관계를 지적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이들 문제 기업들은 정부가 청구한 구상권에 대해서도 지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해기업으로 지목한 14개 업체가운데 산도깨비를 제외한 옥시레킷벤키저, 롯데쇼핑, 홈플러스,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퓨앤코, 홈케어, 한빛화학, 제너럴바이오 주식회사, 세퓨, 용마산업사 등 13개 기업은 구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이들 13개 업체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국민 사과를 한 롯데와 옥시의 경우 면피성 사과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입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에 대해 언론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옥시 단 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tig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