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산 다운사이징 터보 이제서야 이름값하네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엔진의 크기를 줄여 경량화를 실현하면서도 터보차저로 가공할만한 가속성능을 발휘하는 시스템. 다운사이징 터보는 이론적으로 일거양득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년까지 출시된 모델의 경우 국산 가솔린 세단 시장에서 다운사이징 터보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름만 ‘터보’였지 판매량에는 전혀 속도가 붙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 다운사이징 터보를 장착한 신차들이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형 세단=2000㏄’라는 소비자 통념을 깨고1500㏄ 전후의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주로 기사들이 몰아 ‘사장님차’라고 불리던 최고급 세단의 경우 오너 드라이버를 겨냥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5터보. 2.0터보 등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만으로 구성된 쉐보레 신형 말리부

한국지엠의 올해 최대 전략 차종인 쉐보레 올 뉴 말리부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2000대를 돌파했다. 향후 엔진별 사전계약 비중은 1.5터보 모델이 60~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번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모든 엔진을 다운사이징한 뒤 터보차저를 장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신형 말리부는 자연흡기 방식의 엔진 없이 1.5터보, 2.0터보 모델로만 구성됐다. 1.5터보와 2.0터보는 이전 자연흡기 모델이었던 2.0, 2.4 엔진에서 축소된 것이다.

다운사이징 터보 돌풍에는 르노삼성 SM6도 가세하고 있다. SM6 1.6TCE 모델은 사전계약분의 30%를 차지해 비교적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에 르노삼성은 3월부터 다음달 출고분까지 SM6 1.6TCE 모델이 누적 6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1.6터보 엔진을 단 아반떼 스포츠를 출시했다. 터보차저를 달아 최고출력 204마력(ps), 최대토크 27.0㎏ㆍm의 성능을 확보했다. 2.0리터가 안 되는 엔진을 달고도 웬만한 중형 세단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운사이징 터보의 기본원리는 과급이다. 피스톤이 왕복하는 실린더에 채울 수 있는 용량 이상으로 공기를 주입해 더 많은 연료를 태우게 함으로써 그만큼 더 높은 출력을 내는 방식이다. 이 때 과급하는 장치를 과급기라고 하는데 터보차저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과급기다.

과거에는 출력 향상을 위해 스포츠카에 과급기를 주로 달았는데, 최근에는 소형 경량화한 엔진의 연비를 높이기 위해 과급기가 사용되고 있다. 보통은 총배기량에 충분히 여유가 있도록 엔진을 만들어 정속주행 시 실린더 용적에 비해 연료가 적은 경우가 있다. 또 엔진 자체가 무겁고 커서 펌프나 마찰에서 손실이 따르기도 한다.

이에 총배기량으로 정속주행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엔진을 줄이고 대신 급가속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터보차저와 같은 과급기를 달아 출력을 높이는 것이다. 나아가 경량화를 통해 갈수록 강화되는 배출규제에도 맞출 수 있어 이 같은 다운사이징 터보는 계속해서 비중있게 사용될 전망이다.

반면 단점도 있다. 흡기의 압축능력을 높이면 배기 흐름에도 영향을 줘 배압 또한 높아지며 엔진 성능이 저하된다. 과급이 과도하면 압축비가 높아져 이상 연소가 일어날 수도 있다. 또 폭넓은 구간에서 고른 토크와 출력을 내는 자연흡기 엔진이 세단의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주행에 더 적합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소비자들 인식을 뛰어넘는 것이 제작사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 때문인지 작년까지 발표된 모델만 해도 다운사이징 터보는 판매량이 저조했다. 작년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1.6터보, K5 1.6터보를 출시했지만 지난달 기준 전체 판매량에서 쏘나타 1.6터보와 K5 1.6터보의 판매 비중은 둘 다 1.9%에 불과했다. 

3~5월 6000대 출고가 예상되는 르노삼성의 SM6 1.6 TCE

르노삼성 SM5 1.6 모델도 지난달 전체 SM5 판매량 중 5.6%에 그쳤다. SM5 1.6은 사실상 단종돼 지난달까지만 판매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형 말리부나 SM6의 다운사이징 터보 모델이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중형 세단=2000㏄’라는 인식이 조금씩 깨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도 다운사이징 터보는 편견을 깨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세단이었던 에쿠스는 ‘사장님車’로 통했다. 기업체 사장들이 많이 타는 차지만 운전은 보통 기사가 하고 사장은 뒷자리 상석에서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차 업계에서는 이와 비슷한 의미로 사장님차를 ‘쇼퍼드리븐카’로 부르기도 한다. VIP 운전을 전담하는 기사를 뜻하는 쇼퍼(chauffeur)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너드리븐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제네시스 EQ900의 3.3 터보 엔진

그랬던 에쿠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제네시스 EQ900으로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쇼퍼드리븐카에서 오너드리븐카로의 전환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너드리븐은 자기가 차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뒷자리가 아닌 운전석에 탑승하는 적극적 운전 행태를 뜻하는 말이다.

제네시스 EQ900은 국내 시장에 출시되면서 전에 에쿠스에 없던 3.3터보 모델을 새롭게 추가했다. 3.8, 5.0엔진과는 달리 다운사이징 엔진에 타보차저를 장착한 것으로 순간적인 가속성능을 강화시킨 모델이다. 이 때문에 직접 운전하는 맛에 특화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제네시스 측은 출시 때부터 EQ900 3.3터보가 오너드리븐 성향의 운전자를 겨냥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EQ900 3.3터보는 지난달 840대 판매돼 전달 574대에서 266대가 더 늘어났다. 판매 비중은 꾸준히 23%선을 유지하고 있다. 판매 비중이 2% 미만인 쏘나타 1.6터보, K5 1.6터보와 비교하면 제네시스 EQ900 3.3터보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네시스 측 관계자는 “예전 에쿠스처럼 쇼퍼드리븐카 성향이 강했던 것과 달리 오너드리븐카를 선호하는 적지 않는 소비자들이 EQ900 3.3터보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EQ900 3.3 터보의 최대 토크는 52㎏ㆍm으로 이전 5리터 에쿠스와 동일한 수준이나 최대 토크가 나오는 구간이 1300~4500rpm으로 매우 넓다. 같은 모델 3.8리터 엔진과 5.0리터 엔진은 5000rpm에서만 최대 토크가 구현된다.

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