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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選數)의 정치학②] 급하면 초선에게 “사인해”…입법도 ‘다선이 甲’
한 재선 의원은 “다선 의원들이 공동발의를 할 동료의원이 급히 필요하면 초선 의원을 직접 찾아와 ‘사인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국회에서 다선은 ‘갑(甲)’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국회의원이 움직일 땐 무조건 ‘선수’가 기준이다”라고 말한다. 국회 직책과 의원실 방 배정, 법안 발의까지 선수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국회 안에선 상임위원장은 3선, 원내대표는 3~4선, 국회의장은 5선 이상이 맡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방 배정도 선수에 따라 정해진다. 의원회관에서 전망이 좋은 7~8층, 엘리베이터가 가까운 의원실은 다선 중진의원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관례다.

19대 국회에서는 5선인 무소속 정의화 국회의장(844호)을 포함, 새누리당의 6선 강창희(744호) 의원, 5선 김무성(706호), 이재오(818호), 황우여(848호) 의원, 4선 심재철(714호), 정병국(828호), 이병석(846호), 이주영(819) 의원이 의원회관의 ‘명당’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19대 당시 5선인 정세균(718호), 이석현(813호) 의원, 4선 박병석(804호), 원혜영(816호) 의원 등이 위치 좋은 의원실을 사용해왔다.

선수의 서열화가 국회의 문화로 자리잡다보니 입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재선의원은 “법안을 공동발의할 때 보좌진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다선의원들이 급하면 초선 의원을 직접 찾아와 ‘사인해달라’라고 요구한다”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이 인사권 등의 영향력을 가진 다선 의원의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의원은 국회법 24조에 따라 임기 초 다음과 같이 선서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러나 독자적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국익이나 양심이 아닌 선수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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