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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억 빚더미 설비업자와 아들, 1200억 가치 섹스토이 재벌로 서다
우전왕, 집 담보 성인용품점 차려 ‘승승장구’
물려받은 우웨이, 美업체 인수 고급화 박차
업계 최초 증시 등록에 3억위안 투자 유치



“(업계 최초로) 자본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지난 1월 7일 중국 베이징. ‘상인의 고장’으로 유명한 저장성 원저우 출신 한 남자가 중소·벤처기업 전용 장외거래시장 ‘신삼판(新三板)’ 등록을 알리는 종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야심찬 일성의 주인공은 우웨이(42) 아이뤼 회장. 그의 회사는 ‘어른 장난감’으로 불리는 섹스토이(성인용품) 종합기업으론 중국 증시에 최초로 진입했다.

우웨이는 가업인 성인용품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 2세다.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우전왕은 1994년 고향 원저우에 첫 성인용품점 ‘아담과 이브’를 세웠다. 올해로 22년째다.

우웨이 가족은 성인용품 분야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슈퍼리치다. 해외 기업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자체 브랜드도 8개나 된다. 

우웨이 아이뤼 회장

17억원 빚쟁이, 잡지기사 한 줄로 기사회생=원저우 기업인 협회 ‘어우장차오(江潮)’ 등에 따르면 우전왕은 상하이의 전기설비업자였다. 큰아들 우웨이는 아버지 일을 도왔다. 그러나 1993년 이 사업은 순식간에 망했다. 직원이 거액의 공금을 챙겨 달아난 것. 우전왕이 진 빚만 17억원(1000만위안)이었다. 우웨이는 “아버지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우전왕은 한 성인잡지 기사에서 ‘기회’를 봤다. 베이징에 중국 최초 성인용품점이 개업했단 소식을 접한 것. 그는 우웨이 등과 함께 상경해 그 가게를 직접 둘러봤다. 그리고 1994년 12월, 집 담보로 50만위안을 마련해 원저우에 ‘아담과 이브 성인용품 회사’를 차리고 가게를 열었다. 원저우에 처음 세워진 섹스숍이었다.

개점 초기 수입상에 가까웠던 이 가게는 인기가 상당했다. 우웨이의 동생 우후이는 “첫 날 2000위안어치를 팔아 1000위안을 남겼다. 다음 날엔 3000위안, 그 다음엔 4000위안을 버는 식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물건은 날개돋힌 듯 팔렸다. 몇 년 만에 분점 20여개를 세웠다. 수익률은 300%에 달했다. 우웨이 등은 여세를 몰아 1995년부터 성인용품을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아이뤼의 시작이었다. 

아이뤼가 최근 출시한 성인용 가상현실 헤드셋

OEM으론 한계…미국 기업 인수=우웨이는 2000년 회사경영을 이어받았다. 한 일본 기업에서 약 4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 생산공장을 3개까지 늘렸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을 택한 아이뤼는 사업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2002년엔 해외 매출만 1000만달러를 찍었다. 지점도 세웠다.

그러나 우웨이의 회사는 한계에 봉착했다. 채산성이 문제였다. 아이뤼가 OEM으로 물건을 팔아 10%를 남기면 해외 브랜드는 90%를 가져갔다. 중국 내에선 싼 값에 나오는 저질 상품이 범람했다. 정품 인증을 거친 아이뤼의 성인용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다. 국내 시장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살 길은 하나였다. ‘고급 이미지 구축’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중국과 해외에서 모두 통하는 자체브랜드를 확보해 마케팅 하는 게 급선무였다.

절치부심한 우웨이는 2012년 미국 3대 성인용품 회사인 탑코세일즈(Topco Sales)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이 회사는 아이뤼보다 50여년 먼저 세워진 ‘전통의 강자’다. 이 합병으로 아이뤼는 중국 최대규모 섹스토이기업으로 올라섰다. 오래 전부터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글로벌 성인용품 브랜드 4개도 자기 것으로 만들게 됐다.

성인용품점 ‘아담과 이브’ 내부 모습

온라인 판매 급증, 거액 투자유치도=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우웨이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부터 그는 온라인을 활용한 제품판매에 눈을 떴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아이뤼 제품 80%가 인터넷을 통해 팔리고 있다.

실적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중국 중소기업주식위탁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아이뤼의 영업이익은 2013년 1억135만위안(177억원)에서 2014년 1억2640만위안(221억원)으로 높아졌다. 마진률도 43%에서 51%로 뛰었다.

이 뿐 아니다. 2012년엔 3억위안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대륙벤처기업의 메카로 불리는 선전(深玔)에서 들어온 창업투자다. 중국 섹스토이기업으론 최초다. 여기에 힘입은 것일까. 현지 경제매체 중상정보망(中商情報網)은 아이뤼의 기업가치를 7억1000만위안(1244억원)으로 잡았다.

물론 중국 성인용품 산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성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섹스토이를 찾는 여성은 아직도 전체 고객의 절반 미만이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조사업체 이관궈지에 따르면 대륙 성인용품 시장은 올해부터 정체기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우웨이의 계획은 공격적이다. 온라인 판매비율을 계속 늘리면서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엔 성인용품 자판기 500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철저히 소비자 친화적으로 가겠다는 포부다.

윤현종ㆍ민상식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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