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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 “이란 좌판 잘못 깔면 큰일 날 수 있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양적으로는 엄청 커졌는데, 질적으로는 나아졌다고 할 수 없죠. 반복되는 실패를 계속하잖아요. 대표적인 것이 해외 나가서, 그 나라를 위해 ‘봉사활동’하는 것이죠. 일이억원이 아니라 조단위로 까먹는 일이 벌어지고요”

지난 27일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김종훈(67) 한미글로벌 회장은 한국 건설산업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오는 6월 창사 20년을 맞는 회사의 지난 얘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자 한 자리였는데, 마침 이날 김 회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건설산업비전포럼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초청 조찬 토론회를 가진 지 몇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획부터 설계, 시공, 감리, 사후관리를 통합ㆍ관리하는 선진 건설사업관리(CM; Construction management)를 한국에 처음 도입한 김 회장은 건설산업비전포럼을 창설하는 등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20년간 한국 건설은 질적 성장을 일구지 못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개발 시대에 만들어 놓은 규제나 법을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해서 전반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이를 ‘손톱 밑 가시’ 정도로 봐선 안 된다”며 “좀 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기업이) 해선 안 되는 것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다 할 수 있게 하는 데 우리는 그 반대지 않느냐”며 씁쓸해 했다.

실례를 들어 달라 하자, 김 회장은 자신이 세운 한미글로벌의 사명부터 거론했다. 건축법 상 설계나 감리를 수행하는 회사는 ‘건축사무소’를 붙여야 해서 정식 사명은 ‘한미글로벌건축사사무소’라는 것. 해외 프로젝트가 전체 사업의 절반인 글로벌한 회사에 ‘사무소(事務所)’를 붙이니 그 모양새가 우습다. 김 회장은 “대형 회사 중 ‘OO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도 있다. 산업간 경계가 없는 통합의 시대인데, 수많은 칸막이가 있고, 이런 사례는 쌔고 쌨다”고 말하며 웃었다.

개혁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다음달 건설산업비전포럼 토론회 주제는 ‘개발의 판을 바꾸자’로 삼았다. 김 회장은 “아파트 분양 위주의 ‘치고 빠지기식’ 개발을 탈피해야 한다. 재개발한 뒤 운영주체가 없다 보니 몇년 내 황폐화되는 사례가 도처에 있다”며 “개발해서 파는 모델이 아니라, 임대하고 유지관리하는 선진 모델로 바뀔 때가 됐다. 일본, 싱가폴은 물론 중국 완다그룹조차 그런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날 강 장관에게도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도모할 ‘건설혁신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란 방문 길에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수행하는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 회장은 또 “이란에 가서 좌판을 벌이고, 자칫 잘난 체 하다가는 큰일 날 수 있다”며 “(이란과) 앙숙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에 국내 건설사들이 많이 물려 있는데, 자칫 돈 못 받고 어려워질까 걱정된다”며 조용한 외교를 당부했다.

노파심이 섞인 발언이긴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48개국에 무형(無形)의 ‘기술용역’을 팔기 위해 현장을 누빈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한미글로벌은 올해 인도, 중국, 이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중점 공략할 계획이다. 인도는 몇차례 실패 끝에 재진출해, 다음달 중 현지 발주처의 컨벤션호텔 CM(건설사업관리) 용역 수주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20년까지 CM, PM(건설사경영) 분야 세계 10위 진입, 매출 1조원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세웠다. 다음달 전체 부서장 회의에서 진도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한 “지난 20년간 지속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직원들, 발주처, 국가와 사회에 감사할 일”이라며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행복기업으로 화두를 바꿔 직원들이 행복해하는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글로벌은 직원 가족까지 돌봐준다. 입양아, 출산아에 대해 자녀수와 관계 없이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학자비를 회사에서 지원한다. 결혼정보업체와 제휴로 사내 노총각, 노처녀 결혼장려캠페인도 벌였다. 이렇게 해서 결혼한 남 직원은 최근 자녀를 봤다. “저출산 문제는 개인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기업이 합계출산율을 관리해야 한다. 아가방이나 산부인과의 문제만이 아니다”고 했다. 2개월간의 안식휴가제도 있다. 이를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김 회장은 지난달 설악산 온천장에서 한달을 보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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