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해 대출을 받은 뒤 이를 변제하기 위한 대환대출을 신청한 뒤 대환대출금을 빼돌린 혐의(사기ㆍ접근매체 양수ㆍ타인의 통신매개)로 펀드매니저 김모(35) 씨 등 14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했다.
김씨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바지 명의 계좌 통장과 계좌내역서 자료. |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식카페에서 만난 김씨와 총책 최모(43) 씨는 부산 조폭 김모(39) 씨를 내세워 ‘목돈을 마련해주겠다’며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 2명을 포섭해 계좌당 1억 5000만원이 입금된 증권계좌를 개설하게 했다. 일당은 이 계좌를 담보로 A 저축은행로부터 주식 연계 신용대출(스톡론) 6억원을 받았다. 저축은행 업계의 스톡론 상품은 증권계좌 평가금액 대비 150~400%까지 주식 투자자금을 대출해 준다.
이들은 며칠 뒤 B 저축은행에 이 6억원을 갚겠다며 이전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받는 대출인 대환대출을 신청해 6억원을 입금 받았다.
김씨 일당의 대환대출 실행 과정을 포함한 범행 구조. |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 일당은 B은행으로부터 받은 대환대출금 6억원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기존 A은행 스톡론의 질권이 말소되고 B은행 대환대출의 신규 질권이 설정되는 데 걸리는 1~2분 간 ‘질권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노렸다. 이 순간 컴퓨터 전원을 끄고 다른 컴퓨토를 통해 입금된 대환대출금 6억원을 대포 계좌로 이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금을 가로챘다.
질권은 담보로 빌려준 대출금을 계좌에서 임의로 뺄 수 없도록 해당 계좌에 걸어둔 일종의 안전장치다.
일당은 이러한 수법으로 지난 11월부터 올 1월까지 3회에 걸쳐 범행을 저질러 12억원에 달하는 범죄수익을 거뒀다.
경찰에 따르면 계좌 명의로 쓰인 정모 씨 등 3명은 이들의 범행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지만 범죄행위에 가담한 약점 때문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했다.
경찰은 “일당 중 전직 증권회사원은 전문지식을 적극 활용하고 조폭인 조직원은 피해자들을 협박해 협조하게 만드는 등 치밀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대환대출 시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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