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내일은 슈퍼리치(30) 희귀병 앓던 소녀, 유기농 주스로 ‘건강’을 나누다
-어릴 적 피부병ㆍ소아지방변증 앓던 애니 로리스, 직접 만든 유기농주스 이웃과 공유 시작
-주스로 ‘건강해진’ 동업자들과 천연주스 제조사 수자라이프 창업
-특수공정으로 유통기한 문제 해결…매출 1200억 육박ㆍ기업가치 3400억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 아이는 피부병을 달고 살았다. 언제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야 했다. 곡물을 먹으면 심해지는 희귀병도 앓았다. 식단조절은 일상이었다. 

애니 로리스(29) 수자라이프LLC 공동창업자

간신히 병을 이겨낸 애니 로리스(Annie Lawless)는 ‘건강한’ 음식과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자연스레 요가를 시작했다. 성인무렵부턴 유전자 변형 없는 유기농 과일로 주스를 만들어 마셨다. 집에서 만든 천연 주스를 이웃에게 배달 방식으로 팔기도 했다. 

인기는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취미로 시작한 일은 업(業)이 됐다. 동업자들과 함께 유기농 주스제조업체 수자 라이프(Suja Life LLC)를 세웠다. 로리스의 나이 20대 초반이었다.

남다른 방식으로 만든 ’건강‘에 많은 이들이 호응했다. 본격 마케팅에 나선 지 2년도 안 돼 수자주스의 기업가치는 1720억원(1억5000만달러)을 넘겼다.

▶병약했던 소녀, 깨끗한 주스를 나누다=1987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태어난 로리스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병을 앓았다. 가장 먼저 그를 덮친 건 피부병이었다. 로리스는 지난해 여성기업가를 주로 소개하는 전문매체 ‘디 에브리걸(The Every Girl)’과 인터뷰에서 “습진과 같이 컸다”고 덤덤히 고백한다.
 
만성 두드러기도 어린 그를 괴롭혔다. 유일하게 의지한 건 스테로이드연고였다. 로리스는 “사람들에게 피부를 보여주는 게 싫었다. 매일 밤 연고를 발라야 가려움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병도 앓았다. 셀리악 병(Celiac diseaseㆍ소아지방변증)이다. 곡물 내 단백질인 글루텐 성분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소화불량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밀 등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 사람들이 잘 걸리는 일종의 희귀병이다. 심하면 빈혈ㆍ영양실조까지 올 수 있다.

남들처럼 밀가루를 못 먹게 된 로리스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 글루텐 없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모든 먹거리는 철저히 가려먹었다. 자연스레 유전자 변형 없는 식재료가 주식이 됐다. 16세부턴 요가를 하며 건강해지려 안간힘을 썼다.

성인 무렵에야 겨우 ‘병’을 떨친 로리스는 올바른 식습관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20대 초반부터 ‘영양주스’를 직접 만들어 마신 이유다.


처음엔 소박했다. 로리스는 이 주스를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요가센터 학생에게 돌렸다. 요가학원서 만난 생식전문가 에릭 이든(Eric Ethan)과 함께였다. 둘은 유기농제품 전문매장 ‘홀푸드’에서 과일을 사 부엌에서 직접 주스를 짰다. 이웃에게 배달하기도 했다. “돈 벌려는 게 아니었다. 내 건강을 되찾아 준 주스다. 사람들과 같이 마시고 싶었을 뿐”이라고 로리스는 당시를 회상한다.

▶‘고객’과 동업…상업화 시동=로리스는 우연한 기회에 동업자들을 알게 됐다. 직접 짠 주스를 마셔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수자주스의 ‘건강한 효과’를 체험했다. 그렇게 제임스 브레넌(James Brennan)과 제프 처치(Jeff Church)를 만났다. 로리스가 2011년 처음 알게 된 둘은이 제품의 유명세를 높인 원동력이 됐다. 

특히 유명한 지역기업가였던 처치는 수자주스의 가능성과 약점을 동시에 봤다. 짧은 유통기한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로리스가 만든 주스는 집에서 유기농 과일을 짠 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래 가야 3∼4일이었다. ‘동네판매’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도매업자를 거치는 건 불가능했다. 팔기도 전에 상했기 때문이다.

수자주스 공동창업자 4명, 왼쪽부터 제임스 브레넌ㆍ에릭 이든ㆍ애니 로리스ㆍ제프 처치 [출처=수자라이프 홈페이지]

처치와 로리스는 그래서 주스 제조에 초고압살균공정(HPP)을 적용했다. 영양소를 유지한 채 세균을 없애는 방식이다. 변질 속도도 늦출 수 있었다. 수자주스의 ‘신선한’ 이미지를 지키며 대량판매가 가능해졌다. 유통기한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비로소 본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2012년 3월 첫 투자를 유치한 로리스는 두달 뒤 ‘수자라이프LLC’ 창업을 공식화 했다. 입소문으로 지역서만 팔리던 유기농 천연 주스가 미국 전역으로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매출 급등ㆍ기업가치 UP…글로벌 기업도 러브콜=수자주스는 불티나게 팔렸다. 광역 시판 4개월 만에 남부 캘리포니아 45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했다. 월 100만병 가량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 물량이 며칠만에 동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주스의 기본제품 1병(237ml 기준) 값은 7∼8달러(8000∼9000원)수준이었다. 싼 편이 아니었지만 깨끗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2013년에도 수자주스는 승승장구했다. 대량판매 1년 2개월여 만에 외부 투자 400억원(3500만달러)를 유치했다. 매출규모는 1800만달러를 찍었다. ‘프리미엄 주스’라는 상품 특성 상 본격적으로 이익이 나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마진률도 최고 50%에 달했다.

이 뿐 아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따르면 로리스의 회사는 2014년까지 708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는 1720억원(1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수자주스 로고

글로벌 기업들도 수자주스에 손짓하기 시작했다. 2015년, 코카콜라는 9000만달러에 이 회사 지분 30%를 투자형식으로 매입했다. 탄산음료의 실적부진을 천연주스 분야 투자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골드먼삭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수자의 지분 20%를 6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영양소 파괴 없이 만든 천연 음식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결과다. 주스 4000만 병을 팔아 매출액 1억달러를 넘보던 시점이었다. 

같은 해 수자주스의 ‘영토’ 또한 미국 내 매장 1만3000곳으로 넓어진 상태다. 이 회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계정에 등록한 팬도 43만2000명에 이른다. 직원 수는 4명에서 200여명으로 늘었다. 1월 현재 기업가치는 3400억원(3억달러)에 달한다. 

수자주스는 본격 시판 2년 새 매출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기업가치는 3억달러를 찍었다.

“지금껏 먹어왔던 게 우리를 병들게 한단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고 말하는 로리스의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29세가 된 그는 건강주스를 넘는 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