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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부국의 역설…베네수엘라 오늘부터 ‘전기 배급’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석유는 남아도는데 전기는 없다. 에너지 부국 베네수엘라가 26일(현지시간)부터 전기 배급제를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날부터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국 18개 주에서 하루 4시간씩 단전을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단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댐 중 하나인 구리(Guri) 댐의 수위가 충분히 올라갈 때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수력발전소가 있는 구리 댐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전력공급원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수력발전은 전체 전기 생산량의 3분의 2가량 된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세계 4위 산유국으로까지 꼽힐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지만, 엘니뇨로 극심한 가뭄이 닥쳐 댐들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에서는 전기 배급 실시 이전에도 전국적으로 정전사태가 빈발했으며, 전기 배급에서 제외된 수도 카라카스에서도 자주 정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전국의 휴일제를 새로 바꿔 금요일 휴무를 실시했으며 전력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국가의 표준시 변경까지 예고했다. 심지어 여성들의 헤어드라이 사용금지, 전국민의 다림질 금지까지 권고한 바 있다.

국민의 불만은 커져 가고 있다. 이날도 빈민지역인 엘 칼바리오 구역의 주민들은 벌써 29시간째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주말에 도로들을 봉쇄한 채 격렬하게 항의했다. 지역 주민인 카렐리스 아리스티귀에타는 전기가 끊겨 냉장고 속 음식이 모두 상해버리는 바람에 2살 손녀에게 줄 우유마저 없다고 하소연하며 “물자는 부족하고 물가는 천정부지인데, 이제는 전기마저 없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유 수출로 먹고 살았던 베네수엘라는 글로벌 저유가로 인해 가뜩이나 국가 부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전력 공급마저 제한되면 경제는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잦은 정전으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정전 사태를 파업과 엘니뇨 현상 탓으로 돌리고 있는 반면, 야당은 국가전력망에 대한 투자부족과 운영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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