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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 3.0’현장을 가다 - 현대엘리베이터 이천공장] 트랜스포머 라인 ‘생산의 혁신’
라인 중간에 부품 생산群 ‘셀’ 투입
장비 에러 있어도 완전정지 없어
클린칭 접합…용접 작업 최소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국내 산업계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업계 재편의 대지진을 겪어야만 했다. 엘리베이터 업계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지각변동을 겪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환란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던 업계 주요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업체에 잇달아 인수ㆍ합병됐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그 와중에도 독자생존을 유지해, 국내 엘리베이터업계의 자존심이자 마지막 보루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외국계 기업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 점유율 5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천 공장에 우뚝 솟은 205m, 52층 높이의 연구ㆍ시험용 ‘현대아산타워’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심장부였다.

한개의 승강로에 2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수송능력을 1.8배 향상시킨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기존 엘리베이터에 비해 6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전력회생 인버터,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손글씨로 층수를 직접 입력하는 손글씨 OPB 엘리베이터 등은 현재 상용화돼 기존 엘리베이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분속 1080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디 엘(THE EL)’은 초고층 빌딩 시대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을 선도 할 채비를 완벽히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디 엘’을 타고 현대아산타워 전망대 하층부인 50층까지 오르는 데는 채 20초가 걸리지 않았다. 일본계 기업이 설치한 서울 63타워의 엘리베이터 속도가 분속 540m인 것의 2배에 달하는 속도였다.

‘디 엘’을 시승하고 이어진 바로 옆 생산1공장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승강기의 심장인 ‘권상기’의 각종 부품들이 분주하게 제작되고 있었다. 부품들은 FMS (Flexible Manufacturing System)로 구성된 선반ㆍ밀링 가공장비들을 거쳐 하나의 ‘엔진’부품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공장 생산라인의 구성 즉, 레이아웃이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 공장들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생산공정을 일개 선상인 ‘라인’으로 구성하는 것과 달리 이 곳에선 라인 중간에 하나의 부품군(群)을 생산해 다시 ‘라인’으로 투입하는 ‘셀(cell)’ 방식이 혼용되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13년 외부 컨설팅을 통한 공장 합리화 작업을 통해 이뤄진 라인 재배치로 이뤄진 방식이었다.

현대 엘리베이터는 제한된 설비투자를 자동화 장비 라인간의 결합을 통해 극복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기복 생산기술지원팀 기장은 “장비 하나라도 에러가 생기면 라인이 모두 멈춰야 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완전 정지를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생산성이 공장 합리화 이전에 비해 46% 증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장 초기인 30년 전 월 150여대 가량이던 생산량이 현재 2000여대까지 늘어난 것은 자동화 설비의 힘도 있지만, 효율성을 우선으로 한 생산방식 혁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천 공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 하반기 대대적 투자를 통해 생산라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생산라인에 정답은 없다”며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각종 설비 및 인력 배치에 있어 부가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천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제 부품이 대량 사용되는 공장임에도 용접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차체나 도어의 경우 여러겹의 철제들이 겹쳐져 하나의 모듈을 이루는 데 이천 공장은 ‘클린칭 접합 공법’을 도입하며 용접 작업을 최소화 했다.

흔히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활용되는 클린칭 공법을 엘리베이터 생산과정에 접목시킨 것은 업계에서 이천 공장이 유일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이천 공장에선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 용접이 줄어들면서 품질의 일관성이 확보됨과 동시에 이동과정에 따른 안전사고와 소요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용접 작업에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감소로 산업환경안전 규제 해소는 물론 근로자 재배치에 따른 생산성 향상도 동시에 이뤄졌다.

조경호 GI(Global Innovation)부장은 “클린칭 공법 도입이후 생산성인 70%가량 향상됐다”며 “기피작업 중 하나인 용접이 최소화되면서 생산라인 배치를 놓고 공장 직원들간의 불이익 논란도 해소됐다”고 밝혔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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