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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로탱ㆍ퐁피두…미술시장의 ‘맥도날드’ 될까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세계적인 화랑, 미술관이 한국시장에 속속 진출한다. 한국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고, 한국미술에 대한 세계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에도 마이클슐츠갤러리, 디갤러리 등 해외 화랑이 국내에 분점을 낸 적이 있긴 하지만 시장 악화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게 오페라갤러리인데, 지분 합작 방식이라 직영 구조로 보기 어렵다.

최근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단색화를 필두로 한국 작가들이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고, 경매회사들을 중심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시장의 글로벌화 측면에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이 한국시장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문을 여는 페로탱갤러리 서울 전경. [사진제공=페로탱갤러리]

▶페로탱갤러리·퐁피두센터, 잇따라 서울 개관=먼저 오는 28일 페로탱갤러리가 서울 분관(Galerie Perrotin, Seoul)을 개관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한 페로탱은 뉴욕, 홍콩에 이은 세번째 분관으로 서울을 택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을 비롯해 국내 유수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종로구 팔판동(서울 종로구 팔판길5)에 180㎡ 규모로 들어선다. 갤러리 내에는 자체 제작한 에디션 작품과 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도 마련된다.

페로탱갤러리의 임마누엘 페로탱은 일본작가 무라카미 다카시를 유럽에 소개해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부터는 한국 단색화 작가 박서보를 파리, 홍콩 갤러리 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서울관 개관전으로는 프랑스 현대 미술가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전시는 오는 28일부터 5월 28일까지 이어진다.

로랑 그라소는 영상, 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다. 한국과는 광주비엔날레(2012), 부산비엔날레(2006, 2004)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도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페로탱 서울은 6월 2일부터 두번째 전시로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파리의 국립 퐁피두센터는 내년 3월께 서울관을 개관한다. 국내 유명 전시 커미셔너인 서순주 씨가 사립 미술관 형태로 추진중이다. 서 씨는 피카소, 모네, 고갱, 모딜리아니 등 서구 명화들로 이뤄진 일명 ‘블럭버스터’ 전시를 국내에 주로 선보여왔다.

미술관 건물은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형태로 들어서며, 현재 서울 광화문 세종로 일대 후보지 2곳을 놓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늦어도 5월 초까지는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시장 기여도는 “글쎄…”=‘글로벌 아트파워’의 한국 진출에 대한 국내 미술계 반응은 반반이다. 한국 화랑이 외국 화랑과 경쟁하는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샤넬’, ‘루이비통’처럼 단순히 외국 브랜드를 공급하기 위한 유통 채널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미술시장의 ‘맥도날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진출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한국 미술시장의 선진화나 한국 미술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기보다 별 효력이나 성과없이 슬그머니 철수한 사례가 많았다”며 “문화를 해석하는 힘이나 문화를 다루는 인력들의 선진화된 미술행정을 배울 수 있다면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블럭버스터 전시를 상설화하는 방침이라면 할리우드 영화를 수입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토착시장에서의 적응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철수한 사례는 한국시장의 파이가 작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였다”며 “이들이 다시 들어온다는 것은 한국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한국 미술시장 구조나 관계망과 같은 토착적인 상황을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작가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해야 하는데 다분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마치 ‘맥도날드’처럼 문어발식 전개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며 “이들을 통해 컨템포러리 아트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한국에 퐁피두센터와 같이 전문적인 현대미술 기관이 건립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지 실정에 적합한 전문성을 토대로 내실있는 전시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준비돼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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