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중고책 시장 과열②] 독자에겐 약일까 독일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시작한 중고책 매입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알라딘과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이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독자를 만나고 있다.

김기호 예스24 대표는 지난 4월1일 강남 중고서점을 오픈하면서, “바이백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중고도서를 직접 보고 구입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 오프라인 매장을 고려하게 됐다”며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좀더 복잡하다.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에서 독자들과 직접 만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예스24는 논현동에 전자책 단말기를 경험해볼 수 있는 크레마라운지를 열고 온라인 주문도서를 픽업하거나 중고책을 팔 수 있도록 했다. 인터파크도서의 경우, 명동에 도서대여점 명동북파크를 운영중이다. 이들이 유사서점 형태로 독자와 만날 수 밖에 없는데는 오프라인 진출을 막은 동반성장법 때문이다. 3년전 동반성장위는 동네서점 보호를 위해 서적, 잡지류 소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 대형서점의 신규진입을 막았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 서점의 오프라인 진출은 신규진입이 되기때문에 서점을 열 수 없다. 반면 대형서점들은 신규출점이 가능하다. 즉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은 얼마든지 매장을 늘릴 수 있다. 영풍문고는 최근 부산 남포동에 영화테마 서점을 오픈한데 이어 5월엔 전주에, 하반기에는 하남시와 동대구에 매장을 새로 오픈할 예정이다. 교보문고도 얼마전 교보 동대문점을 오픈했다.

온라인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이전에 나온 동반성장위 규제와 이후 도서정가제가 중복되는 이중규제라고 말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 너나 없이 똑같이 할인율을 적용하는 도서정가제 상황에서 온라인 서점의 오프라인 진출을 막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대형서점과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고서점은 매장을 가질 수 없는 온라인서점이 도서정가제 이후 매출이 줄면서 찾아낸 활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규제가 풀릴 경우, 언제든 오프라인 서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과도기적 형태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고책 시장의 과열은 독자에게 약일까, 독일까.

지난해 책 발행 종수는 4만 5213종으로 전년(전년 4만 7589종)대비 5% 줄었다. 발행 부수도 8501만 8354부로 전년(9416만 5930부) 대비 9.7% 나 감소했다. 출판사들은 평균 10~20% 매출이 줄었다고 말한다. 갈 수록 책을 안 읽는데다 도서정가제 영향이 컸다. 중고책 시장이 기형적으로 커지면 출판사 사정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신간과 다름없는 책들이 중고시장에서 거래된다는 건, 두 권 팔 책이 한 권 밖에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책을 두 사람이 읽은 셈이니 그만큼 시장이 없어진 것이다. 책을 팔아 다음 책을 만들어야 하는 출판사의 여력이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책 종수가 줄고 독자들은 다양한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생적인 동네 헌 책방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헌 책을 파는 유통구조는 기형적이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