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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질이 만물의 근원? 과학의 통념을 깨다
노벨상 후보 거론된 ‘과학계의 이단아’
‘자연법칙은 불변’ ‘의식은 뇌의 작용’ 등
현대 과학자들이 믿는 10가지 신념 반박
“독단에 갇힌 과학 해방시키겠다”
기존 학설 뒤집는 논리 낯설지만 명쾌



현대 과학의 슈퍼스타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는 생존하는 기계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단지 사람만을 의미한 건 아니다. 모든 동물, 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포함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종류의 복제자(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가진 생존하는 기계들”이라고 설파했다.

오늘날 과학이 견지하고 있는 이런 입장은 몸과 뇌를 분자 수준까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상식화돼가는 것 같다. 도킨스를 필두로 한 현대 과학자들의 이런 유물론적 사고는 확고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이들에게 모든 현실은 물질이며, 물질적 현실을 제외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식도 뇌의 물리적 활동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며, 신도 단지 사람들의 정신, 즉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명된 루퍼트 셀드레이크는 이런 과학자들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이미 이론적으로 해결됐다고 여기는 이런 과학자들의 생각은 한낱 ‘망상’이라는 것이다.

명저로 꼽히는 ‘과학의 망상’(김영사)에서 셀드레이크 교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착각하는 10가지 도그마들을 하나하나 제시한다.

우선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기계적이라고 보는 생각이다. 가령 개의 경우, 자신만의 목적을 가진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보다는 복잡한 기계로 본다. 인간도 도킨스의 묘사대로 유전적으로 프로그램화된 컴퓨터 뇌를 가진 ‘덩치 큰 로봇’과 다를 바 없다. 

“살아있는 유기체는 기계와는 달리 스스로 창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식물과 동물은 자발적으로 변하고 유전적 변형에 반응하며 환경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도전들에 적응한다. 그들을 단지 통상적인 물리학과 화학에 의해 추동된 기계로 본다는 것은 기계적 신념에 바탕을 둔 생각일 뿐이다.”(‘과학의 망상’에서)

또 물질에는 의식이 없고, 인간의 의식 역시 뇌의 물리적 활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환각일 뿐이라는 데 과학자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 밖에 ‘자연의 법칙들은 고정돼 있다’‘자연은 목적을 가지지 않으며 진화 또한 목표나 방향을 가지지 않는다’‘정신은 뇌 안에 들어있으며, 뇌의 작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기억은 뇌 안에 물질적 자취의 형태로 저장되며 죽음과 함께 완전히 사라진다’ 등 셀드레이크 교수는 과학자들이 영원불변하다고 믿는 교리 10가지를 꼽은 뒤 설득력있게 검증해나간다.

그가 과학자들이 믿는 확신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방식은 교리를 의문형으로 바꿔 제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세계는 물질적이거나 물리적인가? 정신은 뇌 안에 갇혀 있으며 뇌의 작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 초자연적 현상은 환각일 뿐인가? 라고 되묻는 방식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연의 법칙들은 스스로 진화하거나 습성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또한 ‘기본상수’는 다양하게 변할 수 있으며, 그들의 값은 우주 대폭발의 순간에 고정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자연에는 내재된 기억이 존재하며 모든 유기체들은 자신의 종의 집단적 기억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는 셀드레이크의 유명한 ‘형태공명’이론에 닿는다. 즉 “자연의 체계들은 이전에 존재했던 자신들의 모든 종으로부터 집단기억을 물려받는다”는 것. 이 가설은 발생, 유전, 기억과 같은 생물학의 보편적 주제 뿐 아니라 예지, 텔레파시 같은 초자연적 주제들까지 아우르며 기존의 과학이 부정하고 도외시한 주요 질문을 포괄해낸다.

과학계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형태공명 이론으로 셀드레이크는 노벨상 후보로 회자되기도 했으며, 2013년 스위스 두트바일러 연구소의 ‘세계의 사상을 주도하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일상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텔레파시의 경우 비과학적인 게 아니다. 인간의 예감에 대한 실험연구에서, 미래의 감정적인 사건들이 탐지 가능한 생리적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이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거슬러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의 관심 영역인 기억에 대해서도 그는 형태공명으로 설명한다. 개개인의 기억과 집단적 기억은 모두 공명에 의존하지만 특히 개인의 과거에 대한 자기공명은 더 분명하며, 따라서 더 효과적이라는 것. 동물과 인간의 학습은 형태공명에 의해 시공간을 관통해 전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생물학적 유전을 유전자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유기체들은 유전자 내에 암호화되어 있지 않은 형태와 행동의 습성을 형태공명 과정을 통해 물려받는다고 말한다.

‘과학계의 이단아’로 불릴 만큼 전복적인 논리가 낯설긴 하지만 현대과학이 빠진 함정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그는 현대과학자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목적은 과학의 정신인 자유로운 탐구가 이뤄지고 제약과 독단에 갇혀버린 과학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서문에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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