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잊을만하면 ‘흔들’…무대 수난史
뮤지컬 ‘뉴시즈’ 무대장치 이상으로 한때 공연 중단…저예산·짧은 공연기간 탓 크고작은 사고 되풀이 ‘근본적 딜레마’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뮤지컬 ‘뉴시즈’ 무대 사고다.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프로듀서 신춘수)가 아시아 초연을 시작한 디즈니 원작 뮤지컬 ‘뉴시즈’가 지난 19일 공연에서 무대장치 이상으로 공연이 중단되는 사고가 났다.

공연 시작 30분만에 대형 무대장치 일부 이음새가 떨어지며 균형을 잃었고, 결국 공연이 중단됐다가 20여분만에 재개됐다. 다행히 출연진 부상 등 큰 사고는 없었지만, 공연은 밤 11시 10분이 돼서야 종료됐다. 제작사는 1막 이후 원하는 고객에 한해 환불 조치했다. 

뮤지컬 ‘뉴시즈’ 의 한 장면.

‘뉴시즈’는 12일 프리뷰 개막 이후 “무대 장치가 불안하다”는 관람 후기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주인공 잭 켈리가 극 초반 3층 높이의 철골 무대장치 위에서 대표곡인 ‘산타페’를 부를 때 장치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뉴시즈’는 음악만 라이선스를 가져오고 나머지는 모두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한국 크리에이티브팀이 작업했다.

오디컴퍼니의 ‘무대 수난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3월 샤롯데씨어터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드림걸즈’ 역시 1막 공연 도중 무대장치가 고장나면서 공연이 중단된 바 있다. 오토메이션 시스템 장치 문제로 LED(발광다이오드) 패널 1개가 움직이지 않는 오작동을 일으켜 2막 공연을 중단했고, 관객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음날 낮 공연까지 취소됐으며, 제작사는 환불해주거나 재관람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2012년 12월에는 무대 사고로 스태프가 큰 부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 대형 공연장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무대 전환을 담당했던 한 스태프 머리 위로 10m 높이에 설치됐던 15㎏짜리 금속 덩어리가 떨어진 것. 스태프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오디컴퍼니와 프리랜서로 계약한 이 스태프는 정식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산업재해보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씨는 2013년 제작사와 기술감독의 안전관리 소홀을 이유로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오디컴퍼니 측은 “소송 결과에 따라 최대한 보상하겠다”면서도 “스태프의 부주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답변을 내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실 뮤지컬 무대 사고는 오디컴퍼니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지난해 경북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뮤지컬 ‘부용지애’ 리허설 도중 갑자기 무대 바닥이 꺼지는 바람에 배우 원기준이 1.7m 무대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관객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무대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뮤지컬 ‘캐치미이프유캔’ 지방 공연에서 1막 엔딩 중 무대 장치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터미션 동안 장치를 수정해 관객들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연은 차질없이 치러졌다.

뮤지컬 제작사 입장에서 무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무대를 그대로 들여오려면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 한국 프로덕션에서 자체 제작하는 경우 비용 절감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미국 브로드웨이 시장보다 작다는 데서 오는 근본적인 딜레마다. 한 극장에서 오래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롱런 작품의 경우 무대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큰 데 비해, 한국은 길어야 석달 정도 공연된 후 무대가 철수된다.

국내 한 무대 디자이너는 “한국 프로덕션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의 규모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라이선스를 가져올 때 무대까지 한꺼번에 못 갖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브로드웨이 오리지널에 비해 전체 예산 규모가 턱없이 작은 상태에서 작품이 요구하는 무대의 물리적인 양은 (오리지널 작품과) 거의 비슷하다보니 디자이너들이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예산으로 작품을 올리려면 결국 무대에 들어가는 자재에서 절약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