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은 엘리자베스 2세의 장수 비결로 먼저 가족 이력을 들었다.
여왕 모후는 2002년 향년 101세로 사망했다. 옥스퍼드대 고령화연구소의 사라 하퍼 교수는 유전자가 장수 가능성의 절반을 넘게 결정한다고 말한다.
하퍼 교수는 “부모나 조부모가 80대 또는 90대까지 살았다면 장수할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강력한 면역체계를 갖거나 암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고질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유전자들은 또 위험을 감수하거나 과식 또는 과음 같은 강박적 행동들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여왕의 부친인 조지 6세와 조부인 조지 5세는 각각 57세, 70세에 별세했지만 두사람 모두 흡연과 관련한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모는 85세, 외조부와 외조모는각각 89세, 75세까지 살았다.
BBC는 두 번째로 여왕에게 나쁜 습관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오랫동안 흡연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0년 일찍 세상을 떠난다. 여왕의 전 공보비서 디키 알비터는 “여왕이 젊었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담배를 많이 피웠다”면서 “여왕의 부친과 여동생도 흡연했는데 여왕은 흡연에 관심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인 배너티 페어에 따르면 여왕의 부군인 필립공은 결혼식날 담배를 끊었는데 여왕이 부친 조지6세의 지나친 흡연에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여왕은 또 음주도 절제한다고 BBC는 전했다.
알비터는 “여왕이 술을 마실 때면 대개 단 한잔이다. 두 잔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영국 보건당국은 1주일에 14잔(맥주 6잔 또는 와인 7잔 상당 ) 이상 음주를 하지 말라는 새로운 권고를 내놨다.
여왕의 음식 섭취도 합리적이다.
여왕의 개인 요리사였던 다렌 맥그래디는 지난해 잡지 ‘피플’에서 여왕은 연회 때가 아니면 그릴에 구운 닭요리와 샐러드 같은 간단한 식사를 고수했다고 전했다.
맥그래디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탄수화물은 안 먹는 게 원칙이다. 저녁식사에 포테이토, 쌀, 파스타는 안 먹는다”고 했다.
왕실 연구가인 케이트 윌리엄스는 여왕이나 필립공에는 식탐이 없다면서 “수많은 공식 연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여왕은 어릴 때에도 매우 건강했다. 여왕과 여동생 마거릿 공주는 전쟁 기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군사용 휴대용 식량을 먹었다. 여왕은 그 이후로도 계속 간단한 식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여왕의 장수 비결에는 ‘좋은’ 결혼생활도 있다고 봤다. 행복한 결혼생활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여왕과 여왕보다 5살 많은 필립공의 결혼생활은 올해로 68년째다.
알비터는 “여왕의 결혼생활은 훌륭하다. 여왕의 인생에 단 한 명의 남성이 있었고 이 남성은 필립공”이라고 했다.
또 여왕이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것도 꼽혔다.
여왕은 윈저궁에서 지낼 땐 1주일에 한두 번 말을 타고 산책을 빼놓지 않는다.
아침에 시간이 없으면 오후에 산책한다고 알비터는 전했다.
알비터는 “요즘 근로자들처럼 여왕은 온종일 앉아있지 않다. 임관식 같은 행사를 할 때 여왕은 길게는 1시간 반 동안 서 있다”고 했다.
여왕은 또 잠자는 것에도 신경을 쓰는데 대개 7시간 잠을 자고 아침에 7시반에 일어난다.
이외 BBC는 여왕이 정신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점도 장수 비결로 꼽았다.
알비터는 “여왕은 15개 영연방국에서 오는 수많은 서류를 읽는다. 성탄절 빼고는 매일 빨간 가방에 담긴 정부 문서들을 받는데 그것들을 읽고 회신한다. 또 여왕은 예술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한다”고했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