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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통신, 형제복지원 탐사보도 “한국정부가 진상규명 거부”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14세 소년이었던 최승우씨는 또렷히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5년의 지옥 같은 세월을 구타와 성폭행에 시달렸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어도 정부의 공식 사과나 보상은 전무했다.”

AP통신이 18일(현지시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탐사보도했다. 매체는 실제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권유린의 참상에 대해 낱낱히 서술했다.

[사진=SBS]

매체와 인터뷰한 최씨는 거리의 아이였다. 그는 빵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끌려갔다. 경찰은 소년의 바지를 벗기고 담배불을 생식기에 갖다댔다. 그가 저지르지 않은 죄를 고백할때까지 지졌다.

그 후 두명의 남성이 최씨를 형제복지원으로 끌고 갔다. 그곳에서 10대였던 최씨는 경비원에게 매일같이 성폭행 당했다. 매일 같이 손수레에 실려 나가는 시체를 보았다. 최씨는 수백명에 달하는 원생 가운데 하나였다. 대부분은 아이와 장애인인 노숙인들이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최씨는 “죽기 만을 기다렸다, 인간 이하로 살았다, 지옥 보다 더한 지옥”이라며 치를 떨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형제복지원은 1965년 장애인 요양원 설치 운영을 목적으로 당시 박인근 원장이 설립허가를 받아 운영했다. 그러다 1975년 내무부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사람들을 강제로 수용해 1987년 3월22일 직원의 구타로 원생이 사망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형제복지원은 드러난 사망자만 513명, 감금된 사람은 3500여명이었다.

1990년대 형제복지원 인근의 야산에서 100여구의 백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부패 정도가 심하고 관련 기록이 없어, 유골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나자 형제복지원에는 ‘한국의 아우슈비츠(유대인 수용소)’라는 끔찍한 수식어가 붙게됐다.

AP통신은 “당시 1988 서울 올림픽을 위해 대대적인 거리 청소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라고 밝혔다. 또 “2018년 두번째 올림픽을 치르는 와중에도 한국정부의 과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반성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30여년이 지났지만, 정부 고위 관료에 의해 형제복지원 사건은 뒤덮어지고 있다”라며 “그 중 한명은 아직도 집권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남아있다”라며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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