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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훅 INSIDE]‘이경실 남편 성추행 보도’로 보는 연예인에 대한 우리의 폭력
[HOOC=서상범 기자]개그우먼 이경실 씨의 남편 최모씨가 항소심에서도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최 씨는 지난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앞서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과 성폭력방지교육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으나, 심신미약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항소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는 ‘이경실 남편’이라는 검색어가 지난 18일과 19일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언론 역시 이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죠.

눈여겨볼 점은 이 소식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이경실 남편이 성추행을 인정했다라며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경실 남편의 공판 결과와 혐의를 부인했던 과거 발언을 엮어서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이 재판의 당사자가 아닌 이경실의 과거 발언이나, 행적을 언급하는 곳도 눈에 띄었죠.

사실 이런 행태는 지난해 이 사건이 최초 보도된 후 언론들이 사건을 전했던 방식과 동일합니다. 사건의 장본인인 최 씨보다 그의 아내인 이경실이 더욱 부각됐죠. 언론들은 최 씨의 범죄 의혹과 함께 이경실이라는 유명인을 엮었고,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경실의 과거 결혼 사실, 방송에서 했던 각종 발언들을 기사로 출고했습니다.

물론 이 씨의 남편이 성추행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을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실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범죄에 대해 이경실 씨가 함께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일종의 2차 피해입니다. 내용상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기사의 양으로도 그야말로 이 씨는 융단폭격을 맞았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경실 남편 성추행’이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하면 총 2833건(19일 오후 2시 기준)의 기사가 나옵니다. 이경실이라는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이정도 양이라는 것이죠.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이경실 남편에 관한 기사를 검색한 결과

그렇다면 왜 언론은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걸까요? 바로 검색어에 따른 트래픽 확보 때문입니다. 클릭을 유발하기 위해 검색어(대중들이 관심을 보이는 주제)에 관한 기사를 작성해 자사의 홈페이지로의 유입을 노리는 것이죠.

이 기법은 갈수록 진화되고 있는데요. 단순히 해당 내용에 대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내용을 엮는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한 언론사가 계기일식이라는 사건에 대해 방송인 유승옥을 엮어 만든 ‘기승전유승옥’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이런 형태의 어뷰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을 통해 독자를 ‘낚는’ 것에 머물지 않고, 관계된 인물들에게 또다른 형태의 폭력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폭력은 이경실만이 아닌,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종종 볼 수 있는데요. 특히 과거 남편이나 연인관계에 있었던 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 해당 여성 연예인들이 수식어처럼 따라 붙곤 합니다. 일종의 낙인이 되어 버린 것이죠.

언론사들이 이런 보도를 반복하는 것은 유명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때문입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발생하는 사건사고지만, 이와 연관된 것이 유명인이나 유명인의 가족인 경우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죠.

하지만 아무리 대중의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유명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자신과는 직접적인 관계없는 사건에 오르내릴 이유는 없습니다. 아무리 가족에 관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죠.

최근 포털사이트들은 이런 형태의 어뷰징 기사를 근절하기 위해 기사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운영중입니다.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클릭을 위한 기사들을 솎아내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어뷰징 기사들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클릭을 해주지않는 것입니다. 언론사들이 눈 앞의 클릭을 위해 점차 질낮은 기사들을 생산해낸다면 그 피해는 결국 독자들의 것이 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tiger@heraldcorp.com

[사실 이 기사를 작성해야 하냐에 대한 고민도 했습니다. 이경실 씨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만으로도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닐까, 아예 무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저 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의 자괴감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사에 대한 비판은 물론, 어떤 의견이라도 좋습니다. 페이스북 [HOOC] 페이지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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