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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K팝스타’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시즌5까지 마친 ‘K팝스타’가 정체성을 어떻게 잡고있는지를 보는 것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하는 데에도 중요한 문제다.

‘K팝스타’는 YG, JYP, SM 등 한국 3대 아이돌 기획제작사의 수장급이 심사위원으로 출발해 노래 잘하는 참가자들을 배출해왔다. 가창력과 자신만이 가진 매력, 자기만의 해석력, 자신감과 여유가 드러나는 스웨그 등 여러가지 기준에서 심사했다.

시즌 1과 시즌2에서 배출된 이하이와 악동뮤지션은 데뷔부터 큰 화제를 불러모았지만, 이제 ‘K팝스타’ 우승이나 준우승을 하고도 그 자체가 가수로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되기 힘들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K팝스타’ 시즌3 때부터는 안테나뮤직의 유희열이 투입되고, 갈수록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감성으로 노래하는 뮤지션이나 싱어송라이터를 뽑는 데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JYP는 참가자들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전과 달라진모습과 그 이유를 설명하며 어떻게 해야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디테일하게 말해준다. JYP의 설명은 너무나 분석적이어서 대중가수보다는 아티스트를 뽑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JYP는 ‘GOT7‘과 트와이스를 뽑는 방식과는 다른 논리를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수험생에게 입시를 가르치는 선생이 학문을 깊이있게 파헤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JYP의 이런 태도 변화는 ‘K팝스타’에서 자신이 이야기했던 그런 방식과 기준이 적용되는 가수들이 앞으로는 점점 대중들에게 통할 수 있고 K팝 한류로도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JYP의 ‘K팝스타’ 출연은 매출을 많이 올리는 기업이 사내에 매출과는 상관없이 제품 자체에만 몰두하는 R&D 파트를 만든 격일 수도 있다.

‘K팝스타’ 제작진은 “‘K팝스타‘를 방송하는 이유는 아이돌 한 팀 더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 써먹는 아이돌 상품이 아니라 지금 당장 안팔리는 상품이라도 대중음악의 저변을 넓혀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대중음악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면서 “대중음악의 기초과학, 연구소 같은 역할을 맡고 싶다”고 전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과한 부분도 있다. YG나 JYP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음악상품을 만들어내는 전문회사다. 그렇다면 이들 대신 음악에 대해 보다 다양한 관점과 해석, 감성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인디음악이나 비주류 아웃사이드 음악 제작자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그 점에서 볼 때 중소기획사 안테나뮤직 유희열은 여기서 큰 활약이 이어진다. 계속 자작곡으로 승부한 시즌5 준우승자 안예은은 유희열이 아니었다면 발굴조차 안됐을 것이다. 안예은 외에도 시즌5 우승자 이수정, 시즌3 샘김(2위)과 권진아(3위), 시즌4 정승환(2위) 이진아(3위)가 안테나를 택했다. 유희열은 얼마전 기자를 만나 이런 말을 했다.

“이들에게는 피아노나 기타, 악기를 하나만 주면 한두시간을 논다. 댄스팀 등 아이돌 시스템이 필요없다. 자신이 하는 게어떤 음악인지, 뭘 하는 지를 잘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이들에게서 그들의 음악 스타일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K팝스타‘가 JYP와 YG 없이 유희열 등 중소형 인디 기획사들로만 심사와 멘토링을 진행한다면 지금과 같은 흥행을이어가기 어렵다. 지금처럼 노래 잘하는 10대들의 참가가 계속 이어질지 미지수이고, 시청률이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의 ‘K팝스타’는 10대 가수지망생들에게 판타지가 있다. 캐스팅 오디션에 의해 YG나 JYP에 가서 트레이닝 받는 자체만으로도 설렌다. 실제로 입상자 상당수가 이들 기획사와 계약을 체결하니, 반은 현실이고 반은 판타지다.

대형기획사가 연구소를 가동시키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나온 결과물을 활용하지 않고,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이들중 상당수는 대형 기획사의 문을 노크해 거절당한(?) 재목들이기도 하다.

‘K팝스타’는 대형기획사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기성 대형기획사에서 놓치는 음악재목들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기능을 맡고 있다. 그것이 ‘K팝스타’의 성장이라면 성장이고, 진화라면 진화다.

물론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피어나는 동료애와, ‘동행‘과 ‘위로’ 등의 따뜻한 모습을 보이고 교육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순기능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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