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日 구마모토 강진…위기? vs 기회? 시험대에 오른 아베노믹스
[헤럴드경제=이수민ㆍ문재연 기자]일본 지진 피해로 ‘아베노믹스’에 제동이 걸렸다. 도요타 등 주요 기업들 또한 타격을 면치 못하면서 부진한 임금인상률은 또 한 차례 장애물을 만났다. 소비 확대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한 켠에선 오히려 이번 지진이 일본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게 있어 지진은 경제 재도약의 지렛대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19일 구마모토 지진으로 타격을 입은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복구를 위해 위탁 생산과 대체 생산 검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 열도의 특성 상 비상 시 공급망 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매뉴얼을 구축해놓은 것이다. 소니는 이미지 센서(CIS)용 반도체 생산을 다루는 구마모토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미에현 구와나 시에 위치한 후지쯔 배 공장에 생산 위탁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아이신은 피해 정도를 확인하고 복구작업과 함께 다른 공장의 대체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에도 일본의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이 무너져 33%를 자랑하던 일본 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5%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때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현대/기아 자동차다. 하지만 1년 사이 일본 빅 3 자동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대지진 전과 비슷한 수준인 32.7%까지 회복했다. 대체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를 내리긴 아직 섣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정책을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가 침체기를 맞이하는 사이 부흥하고 있는 일본 산업이 있다. 바로 ‘항공우주산업’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아베 내각이 일본 대기업인 미쓰비시 그룹과 제트 여객기 등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가 명성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는 현재 38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하는 스텔스 잠수함을 호주에 팔려고 하고 있다. 지난해 최초의 국산 제트 여객기를 생산해 본격 항공우주시장에 돌입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WSJ는 아베와 일본 대기업의 ‘재벌 경영’이 일본 IT 및 기타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지만,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일본 상장기업들을 성장시켰다. WSJ도 미쓰비시 그룹의 번영이 “윗사람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직원들의 의지”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항공우주산업은 아베의 ‘방위수출 산업 활성화’와 연결된다. 아베는 지난 2014년 무기수출 3원칙 완화를 통해 방위산업 활성화를 도모했다.

AI산업은 일본 정부가 2020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를 2014년 보다 20% 늘린 600조 엔으로 키울 핵심 산업이다.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산업을 30조엔으로 키우는 산업별 성장 목표치를 제시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간형 인공지능로봇 ‘페퍼’와 AI 호텔서비스 ‘헨나 호텔’ 등이 인기 끌고 있다. 지진의 여파로 정부 투자와 재정안정성에 제동이 걸렸지만, 일본 경제가 무조건 추락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섣부른 이유다. 구마모토 지진의 피해를 적나라하게 담은 ‘드론 영상’도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성장 가능성을 확실히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구마모토 지진으로 도쿄 증시가 급락할 때, 급증한 테마주도 있었다. 바로 건설주다. 전문가들은 에콰도르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건설붕괴가 적었던 이유가 일본의 ‘내진 설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마모토 지진 발생과 함께 건물을 반 가른 듯 분리시키는 ‘익스팬션 조인트’ 내진 설계 기술을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후쿠야마 건설과 시멘트 제조업체 야맛쿠스는 적게는 5.8%에서 많게는 20%까지 주가가 급증했다.

지난 14일과 16일 발생한 구마모토 강진으로 아베노믹스가 직격탄을 입었다. 가뜩이나 ‘약발이 다했다’는 비평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진 피해로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구마모토현 지진에 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에 나서면서 18일 도쿄 증시는 3.4% 급락 마감했다. 지진의 여파로 일본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소득ㆍ소비에 악재가 이어질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구마가이 도루 수석 경제학자는 지진 피해에 따른 소비 위축에 따라 “해외 투자자가 일본 주식을 매도하는 움직임이 나올지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구마모토 지진을 계기로 아베노믹스를 도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상황은 좋지 않다. 블룸버그는 19일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 경제의 적신호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소비세 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여론의 54%가 아베노믹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65%의 응답자는 아베의 재난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지지율도 2%포인트가 상승했다. 금융정책을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는 실패했지만 부흥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지진으로 ‘일본의 해가 저물었다’는 표현까지 나왔지만, 일본은 취업률 개선 및 경기 활성화에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티켓도 따냈다.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일본은 경기회복 저력은 참고할 만하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