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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면 추상회화같은 사진…도시의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사진작가 김우영 28~5월 20일까지 박여숙화랑 개인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사진일까 회화일까.

정교한 극사실주의 회화 작품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종종 이것이 사진이 아닌 붓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김우영(56) 작가의 사진 작품은 반대의 심상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이 마크 로스코, 피에트 몬드리안의 색면추상이나, 도날드 저드의 미니멀 입체 작품이 아닌, 사진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김우영은 예술사진과 상업사진을 넘나들며 이름을 알려왔다. 특히 1990년대 광고계에서 쌓은 이력은 화려했다. 송승헌, 소지섭의 리즈 시절을 기록한 의류 브랜드 ‘스톰’, ‘닉스’의 광고 사진도 그의 작품이었고, 이영애를 모델로 했던 화장품 브랜드 ‘헤라’의 광고 사진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E 6th Street I, 125×17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ed. of 7, 2014 [사진제공=박여숙화랑]

2000년대 들어 김우영은 잘 나가던 광고 사진작가 명함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유학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김우영은 홍익대학교 도시계획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1994년 미국 뉴욕의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으로 다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친 바 있다. 

Eden Garden, 125×17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ed. of 7, 2014 [사진제공=박여숙화랑]
김우영 작가. [사진제공=박여숙화랑]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Death Valley)와 디트로이트 등을 거점으로 도시의 풍경들을 찾아 헤맸다. 사람들이 떠난 뒤 공폐가가 되거나, 주인이 바뀌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도시의 건물들을 담았다. 사람은 가고 없지만, 공간에 머물러 있는 빛과 바람, 시간의 흔적들을 끈기있게 포착했다.

김우영 작가가 ‘도시’ 시리즈를 들고 오는 28일부터 5월 20일까지 박여숙화랑(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개인전을 연다. 타이틀은 ‘Along The Boulevard’. 풍부한 색감의 조화가 빚어내는 깊이감이 매력적인 작품들을 내 놨다.

18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우영 작가는 유쾌하고 자유분방했다. 정적인 작품들과는 상반된 느낌이랄까.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1년 중 3분의 2는 비행기를 타거나 여행지에 있을 정도”라면서, “매년 1월 1일이 되면 40여일간 미국 횡단을 시작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미국 횡단만 10번을 넘게 했을 정도. 그가 미국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룻밤에 15달러만 있으면 어디든 캠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여행을 통해 상업광고로 세뇌돼 왔던 것들을 끊어내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성격이 급하다”고 말하는 작가지만, 그의 작품은 시간과의 오랜 싸움을 통해 빚어 낸 결과물이다. “사이언(cyanㆍ청록색) 칼라를 좋아한다”는 작가는 그 색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한 공간을 수십번을 찍었다. 같은 공간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 결과 “그 공간에 사는 사람조차도 자기가 사는 공간인지 모를 정도”로 낯선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작가는 “(같은 공간이라도) 어느날 내게 어떻게 다가오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디트로이트 건물 풍경을 찍은 작품들도 겉으로는 폐허 같지만 선 같은 게 어느 순간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다”고 했다.

순수 사진작가로 돌아온 김우영은 한국에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늘릴 생각이다. 하반기 혜곡 최순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성북동 최순우 옛집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고,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다른 도시 시리즈, 래핑 시리즈도 차례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사진작가가 내놓은 답.

“사진기술을 배우는 건 2시간이면 끝납니다. 저도 아직 사진기를 잘 모르겠는걸요. 중요한 건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입니다. 사진을 재료로 무엇과 소통하고 싶은가 말이죠.”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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