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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유 치킨게임 2라운드?…유가 재폭락
이란·사우디 산유량 동결 반대
WTI 전거래일보다 장중 6,7%↓
달러당 40달러→30달러 전망
“수급균형 내년 중순이후 가능”



카타르 도하에서 17일(현지 시간) 열린 주요 산유국 회의에서 석유 생산량 동결 합의가 무산되면서 유가는 폭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합의 결과가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 서방 제재 해제로 산유량을 늘려가고 있는 이란이 동결 의지를 보이지 않자 사우디 아라비아도 동결에 선을 그으면서 산유국들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떨어지는 유가를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동결 합의 무산에 따라 유가는 곧바로 하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거래소에서 전거래일보다 장중 6.7%까지 떨어져 배럴당 40달러선이 또 다시 붕괴됐다. 브렌트유 가격도 시간 외 아시아 거래에서 6%가 넘는 낙폭을 보였다.

이로써 40달러선을 회복했던 유가는 30달러를 향해 내리막길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주형환(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7일 한국석유공사 평택 석유 비축기지를 방문해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제이슨 보르도프 컬럼비아대학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장은 “산유량 동결 합의실패는 국제원유시장에서 대량매도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셰크 데쉬판데 나티식스 석유애널리스트는 “오늘 합의 실패로 OPEC의 공급조정능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사라질 것”이라며 “이제 국제원유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것은 내년 중순 이후에야 가능할 테고, 투기세력이 득세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가 이처럼 급격히 떨어진 것은 산유국의 합의 불발에 따라 원유 과잉 공급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번 합의 불발의 주된 요인이었던 이란과 사우디의 입장 차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당분간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 지난 1월 서방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석유 수출 점유율 확보와 경기 부양을 위해 산유량을 공격적으로 늘릴 뜻을 밝혔다. 이런 이란의 행보에 사우디는 이란이 산유량을 동결하지 않으면 자국 또한 동결에 합의할 뜻이 없다고 완강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점유율 경쟁은 물론 최근 외교 관계까지 단절하며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과의 긴장 관계도 무관치 않다. 이란은 당초 산유량 동결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회의에는 참석할 뜻을 밝혔으나 결국 불참했다.

보르도프 센터장은 “사우디가 합의를 차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우디의 석유정책이 얼마나 이란과 지정학적 갈등에 이끌려왔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달 초 내년 3월까지 산유량을 일일 400만배럴까지 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그는 현지 언론들에 “올해(2016년 3월20일∼2017년 3월19일) 정부 예산상으론 원유 수출량이 일일 225만배럴은 돼야 한다”며 “이 정도 양을 수출하려면 하루에 400만 배럴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 관계에 따른 동결 실패는 기대감을 안고 회의에 참석했던 국가들에 실망감만 안겼다. 이에 따라 향후 이들 국가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 오는 것 또한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모두 산유량 동결에 동의할 것으로 생각하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실망스럽다”면서 러시아는 추후 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산유량을 제한할 계획이 당분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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