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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다도부동산 ‘일단 멈춤’] ‘토지 쪼개기’제한에 거래 꽁꽁…“제주에 살 땅이 없어요
지난해 12월에만 9131필지 매매
과열 치닫자 규제…시장 찬바람
100~200평은 찾아볼 수 없어


‘고찌 살믄 안되구콰?’(같이 살면 안되겠니?)

지난 12일 찾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엔 다소 찬 기운이 섞여 있었다. 이 일대는 작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이하 신공항) 예정부지로 선정한 곳이다. 차로 10분만 더 달리면 성산일출봉에 닿는 이 곳엔 도로를 따라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고향을 지켜내자’, ‘우리 아방ㆍ어멍덜 살려줍써(우리 아버지 어머니들 살려주오)’ 등 신공항을 반대하는 문구가 담긴 것들이었다.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선관위가 걸어 놓은 현수막은 왠지 기가 죽어 보였다.

수년 전까지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던 안덕면 대평리에는 모던한 생김새의 펜션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주민들이 살던 농가주택을 게스트하우스나 음식점으로 바꾼 곳들도 많다.

신공항은 한참 달아오른 제주 토지거래의 ‘절정’이었다. 2~3년 전부터 섬으로 몰려든 ‘사자’ 행렬은 이곳저곳의 땅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작년 12월에만 제주 전역에서 토지 9131필지가 거래됐다. 이는 2012년 4분기 거래량(1만1342필지)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해가 바뀌고 분위기가 180도 전환됐다. 땅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고, 수요자가 있어도 거래가 쉽사리 성사되기 어렵다.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제주도청이 규제책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지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판단에서다.

성산읍에 있는 한 중개업소에 들어가 서울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자 중개업자는 대뜸 “거래 빙하기”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설정한 성산읍 일대는 거래를 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소명해야만 사거나 팔 수 있다”며 “모르고 온 육지 사람들이 ‘땅을 살 수 있냐’며 찾는데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허가제가 적용되는 지역이 아니라면 여전히 거래는 자유롭다. 하지만 소위 ‘쪼개기 투자’가 어려워지자 수요자들이 주춤한 상황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지난 2월부터 토지분할 제한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땅을 2000㎡(약 605평) 미만으로 쪼개서 매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틀간 제주시와 서귀포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과 지역민들은 제주 서부의 표선면과 구좌읍의 토지가 아직은 유망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미 개발이 많이 이뤄진 동부와 견줘 관심이 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서부 일대가 마냥 ‘엘도라도’는 아니다. 우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은 “뭍에서 온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100~200평짜리 토지는 현재 구하기 힘들고 해안가 목 좋은 땅들은 많이 팔린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제주 바다를 끼고 조성된 올레길 주변마다 숙박업소, 음식점이 우후죽순 들어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때 펜션 한곳이 전부였던 안덕면 대평리는 이제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민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카페가 10곳을 넘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부지에는 펜션을 짓는 공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제주도에선 전통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지인을 통해서 알음알음 이뤄졌다. 제주도 특유의 ‘괸당문화’에 따른 풍경이다. 이곳 방언으로 친족이나 혈족을 의미하는 괸당은 혈연이나 지연, 학연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주도 사람들의 특성을 의미하는 말로 통한다.

안덕면에 중개업소를 차린 공인중개사 양정숙 씨는 “자격증 없이도 마을에서 중개 역할을 해오던 사람들의 거래 수완이 더 좋은 게 제주의 특징인데, 지금은 괸당도 좀처럼 힘을 못 쓴다”고 토로했다.

제주=정찬수ㆍ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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