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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폭 피해’ 부각 나선 日…美 사설 보도에 오바마 측근 분석까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이 ‘전범국가’가 아닌 ‘전쟁 피해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히로시마(廣島) 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일 주요 7개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발표된 히로시마 선언문구에서 ‘인간의 고통’(human suffering)을 ‘비인간적 고통’이라고 의역하는가 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촉구하는 미국 언론의 사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위해선 미 여성 정치인 2명을 설득해야 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NHK는 1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사설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사설이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방해할 요인은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NHK는 “5월 일본에서 진행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지 히로시마를 방문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며 “하지만 피폭지를 방문하면 일본에 원폭투하를 사과했다는 반발이 나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여론반응을 살피고 판단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NYT의 사설은 NHK뿐만 아니라 요미우리(讀賣)와 산케이(産經)신문 등 일본 주요 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한 열쇠를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와 힐러리 클린턴 미 전 국무장관이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케네디는 주일 미 대사로서 오바마의 히로시마 평화 기념 공원을 적극 추진하는 인물이자 지난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아닌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판세를 뒤집은 인물이다. 닛케이는 케네디 주일 미 대사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고 핵군축을 제창한 존 F. 케네디의 딸이라는 점을 강조해 핵군축을 위해서라도 오바마 대통령에‘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 방문을 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 전 국무장관이자 2016년 노선을 노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2016년 대선을 노리는 클린턴에게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퇴역 군인 및 참전 군인들의 지지를 잃게 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히로시마가 “핵무기로 희생된 도시”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원자폭탄 투하의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언급한 버락 오바마의 2009년 프라하 연설을 인용, 오바마의 “역사적 결단”을 세계가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는 제 2차 대전 당시 일본 군수산업의 중심지 중 한 곳이었다. 일본군 제 2 사령부였던 히로시마는 통신센터이자 병참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청일전쟁에서 대본영, 즉 전시 일본 제군ㆍ육군ㆍ해군의 최고 통수기관이 설치된 곳이기도 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명령으로 16만 여명이 사망하는 원자폭탄 피해를 입었지만, 그 이전에 동아시아 식민지배 및 ‘가해자’로서의 역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했을 당시 피폭 피해자들의 일화를 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미국이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비인간적 고통을 초래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어느 매체도 ‘왜’ 히로시마가 공격대상이 됐는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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