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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만ㆍ독선ㆍ막장에 민심 분노…제1당 교체
-정치판 대지진…한국정치 ‘앙시앙레짐’이 붕괴했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국민의 ‘심판’은 무서웠고, ‘선택’은 냉철했다. 아무도 예상못한 결과였다. 새누리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한 것은 물론 제 1당의 자리마저 빼앗겼다. ‘오만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다. 심판을 해달라고 했다고 오히려 심판을 당한 모양새다. 국민과 불통하고 일방 독주했던 박근혜 정부와 최악의 공천파동을 벌였던 여당을 향한 심판엔 자비와 동정의 여지가 없었다. 과오에 대해선 저지른만큼 것만큼 단죄했고, 가진 것만큼 빼앗았다.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었던 새누리당은 20대에선 122석을 얻어 30석이 줄었다. 


야당에겐 승리와 함께 강력한 견제와 경고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과 1석 차이로 제 1당의 자리에 올라섰다. 지역구 253석 중 122석이 걸린 최대 승부처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에서 81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 견인차였다. 하지만 승리는 반쪽뿐이었다. 호남 유권자들은 더민주에 가차없이 등을 돌렸다. 총 28석 중 더민주는 단 3석을 건졌다. 참패다. 비례대표선거 정당득표율에선 국민의당에 졌다. 국민은 더민주에 승리를 안겼지만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정권교체세력으로서의 지위는 허용하지 않았다. ‘대안없는 정치’에 대한 심판이다.

국민의당엔 가능성을 얻었지만 완전한 신뢰는 받지 못했다. ‘미생’이다. ‘안철수의 당’이 아닌 온전한 공당으로서 ‘믿음을 못 준 정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38’이라는 숫자에 들었다. 국민의당은 이제 갓 원내교섭단체(20석)를 넘었을 뿐이다.

4ㆍ13 총선을 통해 무너진 것은 새누리당의 과반 뿐이 아니다. 한국정치의 ‘앙시앙레짐’(구체제)이다. 30~40년간 계속된 지역구도가 전국에서 모조리 깨졌다. 동서대립의 축이 수도권ㆍ영남ㆍ호남의 삼각구도로 변했다. 또 영남에 야권ㆍ무소속이 진출하고, 호남에선 국민의당이 새로운 맹주로 등극했다. 호남에선 여권 당선자가 2명이나 나왔다. 특정 지역에 대한 1당의 독식구조가 깨졌다. 이념ㆍ세대의 스펙트럼도 새로운 변화 시기를 맞았다.

승리한 자나 패배한 자나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졌다. 이번 총선 결과는 사실상 ‘선거의 여왕’으로 꼽혔던 박근혜 대통령의 ‘참패’다.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과 차기 권력 재편구도에 심각한 혼돈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선 당장 총선참패의 책임을 두고 친박(친박근혜)과 비박계(비박근혜)간의 격렬한 공방과 세력재편이 예상된다. 총선 후 사퇴를 예고한 김무성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두 어깨에 짊어져야 될 판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내세워 막장의 공천파동을 벌인 친박계는 여당 참패의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다.

당선이 확정된 유승민 후보 등 비박 무소속 후보의 복당 여부도 뇌관이다. 6월로 예상되는 조기전당 대회는 최악의 상황에서 맞는 최대 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선 여소야대 정국에서 향후 주도권을 두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전면대결이 전망된다. 대선을 앞두고 당장 통합과 연대 논의가 야권 의제로 떠오를 것이 예상된다. 더민주 내에선 승리를 이끈 김종인 대표 체제와 야권 제1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간의 공존이 불안하다. 김종인 대표가 완전한 성공으로 평가받는 반면, 문재인 전 대표에겐 호남참패가 부담이다.
여당의 총선참패로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가시화됨에 따라 대권경쟁이 곧바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김문수 등 잠룡들이 줄줄이 낙선하고 김무성 대표는 총선참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여권에선 반기문 대망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김부겸, 정세균 당선자가 새롭게 부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도 건재해 야권에서는 잠룡들의 백가쟁명식의 세력다툼이 예상된다.

‘앙시앙레짐’을 붕괴시킨 유권자들은 각 당에 미래의 가능성을 균등하게 분배함으로서 1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주자들을 적자생존의 정글 속으로 밀어넣었다. 유권자들이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변하지 않는 자들은 버려진다, 혁신하는 자에게만 미래가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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