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비키니 저가항공으로…베트남 최초 女 빌리어네어가 되다
여자 승무원들 기내서 ‘런웨이 쇼’
한때 외설논란에 1000달러 벌금

설립 5년만에 시장 점유율 38%
홍보영상 유튜브채널 상단 올라



인도차이나 반도를 대표하는 나라 베트남에서 사상 최초로 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여성 빌리어네어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것도 남아시아 최초의 자수성가형 여성 부호다.

주인공은 비엣젯항공(Vietjet Air)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응웬 티 푸엉 타오(45)다.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비엣젯항공이 이르면 3개월이내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응웬이 보유한 회사 지분 가운데 30%를 정도를 팔게되는데 현재 그 가치는 13.7억 달러 정도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비엣젯 항공의 지분 95%다. 

비키니를 입은 비엣젯항공 승무원들.

비엣젯 항공은 LCC(Low Cost Carrier), 흔히 우리표현으로 저비용 항공사다. 2011년 운항을 시작해 빠른 시간에 지역 주요 항공사로 살아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도차이나 반도간 이동 시장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커버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게다가 나짱과 다낭 등 베트남의 숨겨진 여행명소들이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각국 관광객들이 몰려든 것도 비엣젯 항공의 성장을 가속화 시켰다.

현재 베트남 국내 항공시장점유율은 베트남항공이 48%, 비엣젯 항공이 38%다. 설립 5년도 안 돼 베트남 최대항공사이자 국적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의 대항마로까지 올라선 것이다. 

응웬 티 푸엉 타오 베트남 비엣젯항공 설립자겸 CEO

비엣젯 항공의 성공 비결에는 독특한 부분이 하나 있다. 저가항공사인만큼 고급 항공사들처럼 높은 품질의 기내식이나 넓고 쾌적한 비행기 내부로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보다는 특별한 이벤트나 승무원들의 재능서비스를 무기로 경쟁력을 갖춘다. 그래서 일반적인 저가 항공사들의 승무원들은 마술, 노래 등을 서비스하는 경우가많다.

비엣젯항공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상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유혹적인 비키니 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런웨이 쇼’를 벌이는 것이다. “당신의 비행을 즐기세요!(Enjoy Flying!)”라는 회사의 슬로건에 맞게 즐겁고 짜릿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차원이다. 비키니 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을 내세운 달력도 제작했다. 베트남 항공당국으로부터 ‘외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2012년에 1000달러의 벌금을 내기도 했지만, 회사는 그러한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즐겁고 짜릿한 항공사의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비엣젯항공의 이러한 전략에는 창업자 응웬의 고집이 자리잡고 있다. 그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재무회계와 경제를 공부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후 한국, 일본, 홍콩 등에서 들여온 라텍스고무와 팩스기계를 팔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거래량이 늘자 사무실 용품, 의류, 생필품부터 철강, 비료, 공장기계 등으로 사업을 확장시켰고 상당한 돈을 벌었다. 

일반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비엣젯항공의 승무원.

그녀의 이런 경험은 훗날 자산이 된다. 1986년 베트남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가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2000년대들어 베트남은 빠르게 변한다. 그녀는 꼼꼼한 분석과 준비를 바탕으로 2007년 타오는 비엣젯항공을 출범시키고 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 첫 운항을 시작했다.

타오는 비엣젯 항공을 ‘아시아의 에미레이츠 항공’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두바이를 기반으로 한 에미레이츠항공은 150국을 취항지로 두는 세계에서 장거리 노선이 가장 많은 항공사다. 이를 위해서 그녀는 먼저, 베트남 최대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을 누르고 국내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계획했다. 그래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비키니를 입은 승무원’서비스였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가 있어요. 비키니든 베트남 전통의상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비엣젯항공 고객들이 얼마나 만족하는가다. 도발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이 아이디어는 단숨에 베트남 시민들을 넘어 세계인에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비엣젯 여객기 모습

비엣젯항공을 검색하면 ‘비키니 승무원’들의 홍보영상이 유투브채널 맨 꼭대기에 뜰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투브채널에 올려 있는 홍보영상 속 승무원들은 비키니 위에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치마를 입고 춤을 추며 비행기 복도를 런웨이처럼 활보(?)한다. 처음엔 당황스러워하던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낸다.

현재 비엣젯 항공은 아시아 47개 지역에 취항지를 둘 정도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비엣젯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핀에어항공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그녀의 투자 시야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응웬은 호치민시에 위치한 고층건물 드래곤 시티 주식 90%를 보유한 ‘소비코홀딩스’의 주식지분을 90%도 보유하고 있다.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seri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