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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나요?]사랑보다 케잌이 달콤한 나는, 무성애자(無性愛)다
[HOOC=서상범 기자ㆍ이영돈 인턴]‘섹스보다 케이크 한 조각이 달콤하다.’ 당신은 이 말에 동의할 수 있나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정신이나 육체가 잘못 된 사람 이야기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적 지향이 이성과 동성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람들은 우리 곁에 실제로 존재합니다.

무성애(無性愛). 성적 지향이 없는 성향. 그리고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무성애자라고 부릅니다. 무성애는 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굉장히 낯선 단어죠. 그래서 오해도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먼저 ‘무성애가 독신주의, 금욕주의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궁금증에 대한 무성애자들의 설명을 듣는다면 이해가 더 빠를지도 모르겠네요.

무성애자들은 무성애가 독신주의나 금욕주의처럼 선택이 아닌, 아예 성적 지향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성애자는 매력적인 이성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끼지만, 이들은 성적 지향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성애자들은 평생 솔로로 남아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무성애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성욕을 해결하는 무성애자들도 있다는데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네요. 성적 지향이 없는데 연애를 하고 성욕을 해결한다니 그런데도 무성애자일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성애자들의 유형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성애자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성적 지향을 느끼지 않지만 연애 감정은 느끼는 유형▶성적 지향도 연애 감정도 느끼지 않는 유형▶성욕은 있지만 성관계에 관심이 없는 유형이 그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피로감을 느끼시는 분도 있겠죠. 성적 지향과 연애 감정을 구분하며 성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또 성적 지향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생식은 자연의 섭리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있겠죠. 그러나 무성애를 왜곡된 혹은 억압된 성욕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단지 익숙하지 않을 뿐이죠.

사실 무성애에 관한 논의는 성 정체성에 개방적인 서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시작됐습니다. 2004년에 캐나다 브록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앤서니 보개트(Anthony F. Bogaert)가 발표한 논문을 시작으로 무성애에 관한 학문적 연구가 시작되었죠. 그는 무성애 연구에 있어 권위자로 통합니다.

그의 연구 이전에도 무성애를 다룬 연구는 있었지만 대부분 정신 건강 문제로 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왔다고 합니다.
성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인 것이죠.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라는 표현이 생겨날 때도 무성애를 뜻하는 영어 단어 Asexual의 첫 글자 A는 포함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근래에 들어 또 다른 성소수자들인 간성(Intersexual)과 퀘스처닝(Questioning)과 함께 더 포괄적인 성소수자 집단을 뜻하는 ‘LGBTAIQ’라는 표현이 생기긴 했습니다.

그러나 낯섦이 곧 병리나 장애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01년 미국 양 연구소는 발정기 숫양을 ‘자극적인’ 암양 두 마리와 숫양 두 마리에게 접근시키는 실험을 했죠. 이 실험에서 발정기 숫양의 55.6%는 이성애 성향을 보였으며 9.5%는 동성애 성양, 22%는 양성애 성향을 나타냈다고 하네요. 그리고 놀랍게도 이 중 12.5%는 무성애 성향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양과 인간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모든 생물이 생식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무성애자들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요? 보개트 교수가 위의 논문을 발표할 당시, 무성애 발생률이 전체 인구의 1%라고 알려졌습니다. 그가 인용하고 영국에서 발간된 <1994 성적 태도 및 생활 양식 조사>에서 영국 인구의 1.05%가 ‘그 누구에게도 전혀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보개트 교수는 저서 <무성애를 말하다>에서 사회마다 인식 수준이 달라 1%는 일관된 수치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CNN이 2004년 실시한 성 정체성 설문 조사를 예로 들었는데요. 설문 참여자 11만 명 중 6%가 자신이 무성애라고 답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설문에서 무성애자 비율은 전체 인구 중 0.5%에서 여성 인구의 10%, 남성 인구 5%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처럼 비율이 일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보개트 교수는 무성애에 관한 인식과 개념이 아직 정확하게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무성애자임에도 무성애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또는 무성애에 대한 편견으로 무성애자인 사실을 숨길 수도 있다고 하네요.

무성애는 참 복잡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성애 자체를 부정할 수도 없어 보입니다. 보개트 교수는 성애와 무성애가 ‘짝패’ 관계에 있다고 말했죠. 그의 말처럼 무성애는 이성애, 동성애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섹스가 이 세상 무엇보다 달콤한 사람이 있듯 섹스보다 케이크 한 조각이 더 달콤할 수 있지 않을까요?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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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가 나간 후 한국의 무성애자 커뮤니티 <승냥이 카페>의 에이로그(A-LOG) 팀에서 기사에서 사용된 단어에 대한 오류와 반론 등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에이로그 팀은 HOOC의 기사에 대해 '성소수자와 관련된 어휘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를 잘못 사용한 부분에 대해 올바른 단어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한편 성소수자와 관련된 어휘 중에서는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단어들이 있고, 때문에 논란이 있는 어휘에 대해서는 <반론>의 형식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히셨습니다.  HOOC은 에이로그 팀의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 잘못 사용된 단어에 대해 수정하고, 에이로그 팀의 반론을 추가합니다. 

**단어 수정
1)'성적 지향'이라는 단어는 '성적 끌림'으로 수정. 
이 내용에 대해 에이로그 측은 이는 2004년 앤서니 보개트의 논문인 에서 무성애자를 "Asexuality, the state of having no sexual attraction for either sex"라고 정의한 데에 기인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때 Sexual attraction은 우리말로 '성적 끌림'으로 번역이 되어야 적절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참고로, 성적 지향은 원문에서 Sexual orientation과 대응된다고 합니다.

2) '성욕'이라는 단어는 '성적욕구'로 수정. 
<이하는 에이로그 팀의 설명입니다>
'성욕'은 단순히 '성적욕구'의 줄임말이 아닙니다. 무성애자들은 '성욕'이 유성애 중심주의적 사고관에서 기인한 단어라고 평가합니다. 무성애자들은 '성욕'을 '성적욕구(sexual desire)', '성적끌림(sexual attraction)', '성적본능(sexual drive의 한 용례)', '성적충동(sexual drive의 다른 용례)'로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성애자의 입장에서는 이 네 단어의 의미를 잘 구별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무성애자들에게는 이 단어들을 세분화하는 것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굳이 '성욕'과 '성적욕구'의 차이를 서술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무성애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성적욕구'라는 단어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에이로그 팀에서는 하나의 용어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

3)기사 제목 '사랑보다 케잌이 달콤한 나는, 무성애자(無性愛)다'를 '성관계보다 케잌이 달콤한 나는 무성애자다'로 수정

4)성 정체성을 성 지향성으로 수정
<이하는 에이로그 팀의 설명입니다>
성 정체성이란 자신이 어떤 젠더를 가졌는지를 뜻하는 정체성 용어입니다.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라는 개념은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개념입니다. 

한편 해당 기사에 대해 에이로그 팀의 반론도 함께 추가합니다. 

ⓐ 기사에 있는 무성애자의 분류는 잘못되었기에 반론합니다.
 
-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지만, 로맨틱 끌림은 느끼는 유형
- 성적 끌림도 로맨틱 끌림도 느끼지 않는 유형
- 성적 욕구는 있지만 성적 끌림으로 연결되지 않는 유형
 
첫 번째 유형의 무성애자는 로맨틱 무성애자라고 하고, 두 번째 유형의 무성애자는 무로맨틱 무성애자라고 하고, 세 번째 유형의 무성애자는 오토코리섹슈얼이라고 합니다. 로맨틱 끌림이란 '끌린 대상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고 느끼는 정서적인 반응'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무성애자들은 연애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하지만, 로맨틱 끌림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연애를 하기 원하는 무성애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성애자는 저 유형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무성애자 중에서는 회색무성애자, 반성애자(데미섹슈얼), 오토모노섹슈얼 등 다양한 유형의 무성애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스펙트럼 분류는 현재 세계적인 무성애자 커뮤니티인 에이븐(AVEN, Asexual Visibility and Education Network)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이븐에서는 이러한 무성애 스펙트럼 분류는 단지 개개인의 무성애자들이 자신을 설명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념들이며, 무성애자들이 이 분류에 자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성애자를 유형으로 굳이 나누시겠다면, 상위의 두 유형으로만 나누는 것이 적당합니다.(이에 따라 위에서도 세 번째 유형에 취소선을 표시했습니다.) 왜냐하면, 세 번째의 오토코리섹슈얼은 앞서 나온 두 유형의 로맨틱 끌림의 유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오토코리섹슈얼은 성적 욕구와 성적 끌림 사이의 연관성을 논할 때 나오는 개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하나 추가하겠습니다.
 
한국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 한국인이고 한국 땅에 사는 사람
- 한국인이고 한국 땅에 살지 않는 사람
- 한국인 부모를 두었지만 한국 땅에 사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
 
상위의 두 가지는 한국인을 한국 땅에 사느냐 살지 않느냐로 나누고 있습니다. 상위의 두 가지 만으로도 유형 혹은 분류로서는 성립합니다. 하지만 세 번째는 뜬금없는 항목이 추가됩니다. 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한국인 부모를 두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한국인인지는 보장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로 상위의 두 가지와 전혀 다른 기준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 땅에 사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 유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반론으로 추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상위의 두 가지만 다루거나 빼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 무성애 발생률이라는 서술이 있는데, 발생률이라는 단어는 의학적으로 장애·질병·사고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올바른 단어는 무성애자의 비율입니다. 더 적절한 단어에 대해서 반론으로 추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서적을 출처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표현은 결코 좋은 표현이 아닙니다. 
 
에이로그 팀은 언론에서 무성애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사로 다루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이 사회는 무성애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합니다. 때문에 에이로그 팀은 무성애에 관하여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무성애를 다루고자 하는 언론이 있을 때 최대한 협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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