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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세회피처가 뭐길래 ⑤]셸기업의 흑역사…역사는 검은 돈과 함께 흘렀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이란-콘트라 스캔들’은 외교적 성과 뒤에 오가는 검은 돈의 실태를 고발한 사건이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 스탠들로 꼽힌다. 6일 외교성과 뒤 숨겨진 검은 돈의 실체가 공개됐다. 역사는 검은 돈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6일 세계 정보원과 첩자들이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를 이용해 형성한 거대 금융시장의 실태를 공개했다. 미국의 정보수집 활동에 협력했던 주요 소식통들은 외교사 뒷켠에서 각종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지난 1월 16일, 언론은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37년 만에 풀리는 것을 목격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의 중요 첩보원으로 활동했던 이란의 소식통은 복잡한 역외 금융거래를 통해 수 천만 달러를 이란에 보내고 있었다. 무장조직 헤즈볼라로부터 인질을 석방받는 대신,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판매하고 그 돈으로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한 이른바 ‘이란-콘트라’ 사건의 중추에 있던 파하드 아지마가 그 인물이다. 파하드 아지마는 이란 출신의 미국 전세 항공사 대표다. 그는 ‘이란-콘트라’ 사건이 발각됐을 때 23톤에 달하는 군사장비를 이란으로 운반했다. 당시 그는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ICIJ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모색 폰세카의 유출문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지마는 2011년 미 재무부가 같은 해 이란에 수 천만 달러를 보낸 인물로 지목한 호셍 호사인푸아와 조지아(옛 그루지아)의 한 호텔을 매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호사인푸아는 2011년 11월부터 한동안 아지마가 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유라시아 호텔 홀딩스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2014년 사실을 확인한 모색 폰세카는 회사 측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회사 행정팀은 단순 ‘행정 착오’라고 밝히고 상호를 ‘유라시아 항공 홀딩스’로 변경한 뒤 162만 6000달러짜리 회사 전용기를 구입했다. 아지마는 전용기 구입을 위해 회사를 이용했을 뿐, 호사인푸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ICIJ에 해명했다. 한편, 2011년 미 재무부는 아지마와 호사인푸아가 조지아에 민간항공사를 공동설립해 수백만 달러를 이란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호사인푸아는 2014년 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처벌을 받았다.

한편, 아지마는 2000년 모색 폰세카의 도움을 통해 지사 형태의 페이퍼 컴퍼니인 ‘ALG(Asia & Pacific) Ltm.’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했다. 아지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미 행정부를 후원해온 ‘큰 손’이기도 하다.

ICIJ는 미국의 핵심 소식통들이 CIA로부터 얻은 수익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정황이 포착했다고 전했다. 각종 첩보 활동이 음지에서 벌어지듯, 이들의 경제활동도 음지에서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인 아드난 캬쇼기다. 캬쇼기는 1970년대 미국과 사우디간에 있었던 대규모 무기거래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란과의 무기거래가 미국에게 유리하게끔 협상을 한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캬쇼기는 1978년 모색 폰세카를 통해 파나마에 회사를 설립하고 그 외 조세피난처에 4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했다. 목적은 나와있지 않다고 ICIJ는 밝혔다. 모색 폰세카는 2003년 카쇼기와 거래를 중단했다고 ICIJ는 설명했다.

CIA 첩보원들만 음지에 거대금고를 만든 것은 아니다. 동독 비밀경찰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됐던 그리스의 백만장자 소크라티스 코칼리스도 모색 폰세카를 통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색 폰세카는 지난해 코칼리스의 첩보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고 대리인에 회사 설립 목적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사망한 것처럼 위장했다가 적발당한 스페인의 비밀요원 프란시스코 파에사 산체스도 모색 폰세카의 고객이었던 정황이 확인됐다. 모색 폰세카는 ‘프란시스코 P. 산체스’라는 인물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회사 7개를 설립하는 것을 도왔다. 그런데, 이 회사가 모로코 호텔, 카지노,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는 파에사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지목당한 것이다. 모섹 폰세카는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2005년 관련 기사를 확인하고 프란시스코 P. 산체스라는 인물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고 ICIJ에 설명했다.

이외에도 모색 폰세카의 문서에는 미국 CIA의 주요 소식통으로 활동한 첩보원들의 역외 거래내역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 1대 정보국장 셰이크 카말 아드함, 콜롬비아 퇴역 육군 소장 리카르도 루비아노그루트, 의사 폴 카가마, 2011년까지 르완다 정보국장을 지낸 엠마누엘 느다히로까지 모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과거 미국에 구 소련 봉쇄정책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정보들을 제공했다. 이데올로기 전쟁은 단순 이념 갈등을 뛰어넘어 음지에서 검은 돈이 오가는 ‘그림자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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