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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세회피처가 뭐길래 ④]세계 정상들의 금고지기는 측근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지도자가 가진 권한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도 크다는 환상은 깨진 지 오래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통해 공개된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의 내부문서에는 각종 책임을 피해 사익을 챙긴 세계 정상들의 기록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세계 정상들의 측근이 막강한 권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세계 정상의 측근들은 이들의 금고를 거머쥐고 갖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 5일(현지시간) 사퇴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가에서부터 국회의원 등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벌이는 전형적인 탈세 수법이다.

[사진=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모색 폰세카의 유출문서를 분석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5일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측근들이 돈을 숨기기 위해 복잡한 역외 금융거래 과정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르펜의 측근들이 단속을 피해 홍콩,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파나마 등에 설립된 ‘셸 기업’(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에 돈을 보냈다고 밝혔다. 송금 한 시점은 2012년, 프랑스 대선이 치뤄진 직후였다. 신문은 르펜의 최측근이자 FN 홍보대행사 ‘리왈’의 사장인 프레데리크 샤티옹이 돈을 셸기업에 보낸 장본인이라고 소개했다. 샤티옹 사장은 송금이 합법적인 일이었으며, 조세 회피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린 르펜은 당시 대통령 후보로 대선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2014년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경쟁자 장뤽 멜랑숑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해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 1만 유로를 선고 받기도 했다. 르펜의 측근들이 단순 사익을 목적으로 돈을 밖으로 송금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의 이름은 모색 폰세카 문서에 명시돼있지 않지만, 그의 측근이자 유명 첼리스트인 세르게이 롤두긴을 통해 2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관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음악을 업으로 하는 첼리스트가 자신의 재산을 불리고 숨기기 위해 벌였다고 보기엔 어려울 정도로 주주관계와 역외 거래 내역이 복잡하다.

5일 사임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자금을 상속받은 부인의 명의를 이용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아이슬란드 은행의 채권을 사들였다.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도 자신의 아보지 호세 호라시오 메시를 통해 파나마에 적을 둔 회사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를 운영했다.

인사 청문회를 벌일 때 특별검찰관들은 인사 대상자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친인척의 자산내역까지 수사를 벌인다. 친인척의 비리 내용이 공개될때마다 일각에서는 “인사 대상자가 비리를 벌인 것도 아닌데 억울하겠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파나마 페이퍼’ 사건을 촉발한 모색 폰세카의 문서는 측근이나 친인척의 검은 돈이 사실 인사 대상자의 돈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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