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21조달러 숨바꼭질 ②] 부호들이 美네바다로 몰리는 까닭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후폭풍이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가운데 재벌 부호들의 자금이 몰리는 곳이 주목받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폭로전에서도 유독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국 네바다 등 3개주다.

모색 폰세카 자료에 공개된 세계 최대 금융시장이자 최대 조세회피 고객인 미국 기업은 3000곳에 불과하다. 영국이 9000곳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로 적은 숫자다. 이유는 따로 있다. 미국 기업의 모국인 미국 자체가 탁월한 ‘조세 회피처’이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없으니 토끼가 왕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네바다,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 등 3 개 주(州)는 한 때 검은 돈의 금고라 불렸던 스위스보다 인기 있는 조세피난처(tax haven)로 거듭나고 있다. 스위스를 비롯한 다른 피난처들의 금융투명성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낮은 미국으로 검은 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모색 폰세카 내부 문서에 공개된 미국 조세피난 고객 및 페이퍼컴퍼니 현황 [그래픽=브라이언 킬마틴, 툴=CATODB]
[사진=게티이미지]

실제로 유럽 최대 재벌부호로 알려진 로스차일드는 최근 버뮤다 등지에 개설한 계좌를 미국으로 이동시켰다. 사무실도 레노 시에 마련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제네바에 본부를 둔 트러스트사와 역외신탁회사인 트리덴트 트러스트는 사우스다코다 주로 계좌를 옮겼다.

이들 세 개 주의 금융투명성은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등 기존 단골 조세피난처들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마련한 다자간 조세정보교환 규정에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파나마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체결된 미-파나마 무역신장조약을 통해 파나마는 현지 내 모든 미국 금융기관 및 기업과 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정보를 미국에게 제공하고 있다. 파나마 현지 법인은 개인 투자자에게나 회사에 있어서 좋은 투자처가 아닌 것이다.

내부문서를 유출당한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조차도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 유령회사 123개를 설립해 미국인들의 자금세탁 및 조세피난을 도운 의혹을 받고 있다.

ICIJ이 공개한 메일 내역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는 네바다에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색 폰세카는 파나마 지부와 미국 지부의 직거래를 회피하고 매일 컴퓨터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온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의 직원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서류를 파쇄했다는 메일 기록도 나왔다.

2010년 미 의회는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이외의 금융회사들이 5만 달러 이상이 예금된 미국인 계좌 정보를 미 국세청(IRS)에 제공하도록 의무화 하는 ‘해외금융정보교환법’(FATCA)을 제정했다. 이에 OECD는 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인 공통보고기준(CRS)을 마련하고 조인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현재 스위스, 버뮤다, 케이만 군도 등 100여 개 국가가 CRS에 서명한 상태다. 미국은 CRS에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주가 은행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연방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주법에 따라 계좌주의 비밀과 세금감면을 보장할 수 있다. CRS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에서 계좌주의 명단을 요구해도 제출할 의무가 없다.

조세정의네트워크(TJN)가 지난 2월 발표한 ‘2015년 금융비밀지수(FSIㆍTax Justice Network’s Financial Secrecy Index 2015)’에 따르면 미국은 스위스, 홍콩에 이어 세 번째로 슈퍼리치들의 역외 조세도피를 조장하는 환경이 강한 국가로 꼽혔다. 2013년에 비해 3단계나 오른 것이다. TJN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FSI 지수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